아이가 롯데월드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롯데월드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최소 지하철 환승만 1번, 선택하는 노선에 따라서는 3번까지도 환승하게 될 수도 있다.
순수하게 지하철을 타는 시간만 1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아이는 가끔 버스를 타기는 하지만, 동네에서 가까운 거리를 다닐 때의 일이다.
지하철은... 딱히 탈일이 없다.
지금까지 12년 본인의 인생을 사는 동안, 10번이나 탔으려나.
아이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아이들이 롯데월드까지 간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한국 하늘 아래서 말도 통하고 핸드폰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지금껏 부모님 덕분에 얼마나 편하게 생활했는지도 알 겸
그냥 보내라고 한다.
그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도 있는데 어떻게든 가겠지.
마음속 두려움은 숨긴 채 허락을 한다.
나는 보통 어딘가를 갈 때,
내가 가야 할 곳과 주변에 대해서 꼼꼼하게 찾아보는 편이다.
특히 놀이동산을 갈 때면 더욱.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놀이기구를 타고 오기 위해
어떻게 갈지, 무엇을 탈지, 언제 먹을지 등등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서 그 이상 더 할 것이 없을 만큼 다 하고 오는 스타일이랄까.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먼 곳까지 가니 긴장되지 않을까?
가야 할 경로를 미리 찾아보지 않을까?라는 나의 생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가기 전날까지 아이는 태평하다.
지하철을 엄마 없이 친구들과 타는 것은 처음인데 걱정이 되지 않냐고 묻자
핸드폰으로 찾으면 되겠지 라는 무심한 대답을 내놓는다.
항상 걱정은 나의 몫이지. 에휴.
D-day
나는 아침을 먹는 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지하철 앱 사용하는 법을 다시 한번 차분히 알려준다.
아이는 다 알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학교에서 지하철 역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은데 버스 시간 간격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지하철 역까지는 데려다줄 테니 학교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먼 길을 가서 노는 것인데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조금이라도 놀이기구를 많이 탔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
11시 15분, 아이들이 지하철 역 앞에서 내렸다. 씩씩하게 인사하며 신나게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11시 35분, 전화가 왔다.
"엄마!"
"응? 왜? 잘 가고 있어?"
"아니! 아직. 내가 보낸 사진 봤어? 거기 나온 대로 가면 되는 거지?"
"잠시만...!"
아이가 스크린 샷으로 보낸 예상 경로는 환승을 3번이나 하는 복잡한 노선이었다.
카카오 지하철이 왜 그런 노선을 제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듯했다.
"이거 말고, 그냥 한 번만 갈아타는 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침에 엄마랑 찾아본 거?"
"응. 아마 저게 환승을 잘 맞춰서 하면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제안한 길인 거 같은데
너희는 환승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한 번만 갈아타는 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낫지 않을까?"
"응! 그래야겠다. 그럼 다녀올게!"
그래... 2호선은 순환선이니 돌고 돌다 보면 잠실에 도착하겠지.
2시간 30분 뒤.
'엄마! 도착했어! 길을 많이 헤매긴 했는데 어쨌든 왔어!'
1시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2시간 30분이나 걸려서 간 내 아들.
이 아이는 오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