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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18. 2020

63 - 다름에 대하여


TV 채널을 돌리다가 남녀 외국인의 유창한 한국어 토론을 보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낌이 왔다. 이것은 '마녀사냥'을 다루는 '비정상회담'이구나. 여러 국적의 남녀 각 7명씩 앉아서 연애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77억의 사랑>이란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대화 주제가 결혼을 반대하는 요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인종' 문제가 여전히 크다는 분위기였다.


최근에 나 자신이 싫어지는 경험을 했다. 지하철 안에 마스크를 한 채로 서 있던 나. 정거장이 늘수록 열차 안이 사람들로 채워졌다. 다음 역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탄 가족이 내 옆에 가깝게 섰다. 그들은 중국말을 하고 있었다. '한궈렌(한국인)' 같은 단어가 들렸다(고등학교 제2 외국어가 중국어지만, 그게 전부다). 내 롱패딩의 끝자락을 대여섯 살쯤 된 아이가 만지는 게 느껴졌다.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진 못했지만 식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실은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마음이 들었음을 고백한다.


부끄러워서, 그런 생각이 드는 내가 실망스러워서 그때의 감정을 자세히 남기진 않겠다. 무려 코로나 이후 인종주의(racism)에 관한 기사까지 읽은 후의 나였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인 포함 동양인이, 동양권 내에서는 중국인이, 중국 내에서도 우한 지역 사람이 차별을 받고 있을 작금의 사태를 의식 있게 타파하자는 내용. 머리로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내 가슴은 왜 그랬을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부족하다.




요즘 듣고 있는 수업은 외국인 대상 로컬 체험에 대한 과정이다. 국가별 문화 차이를 다룬 시간에 강사님이 소개한 유튜브 영상이 하나 있다. 미국, 영국 남자 둘이서 '처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느끼는 충격적인 것들'에 대해 한국어 영어 섞어가며 수다를 떠는데, 정말이지 15분 내내 웃느라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참 다르구나. 달라서 서로 낯설고 어렵고, 이해하면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이미 한국에 거주한 시간이 길어지거나 한국인 와이프까지 둔 경우니 또 다른 차원일 수는 있겠지만, 세계인이 모두 똑같았다면 이런 내용이 만들어지지도 않겠지.


수업 때문에라도 관심 분야가 이쪽이 되니 많은 국제결혼이나 연애 커플이 각자의 관점과 다름을 가지고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유튜브 초보인 내게는 신세계다. 볼 것이 그리고 배울 것이 많으니 즐겁고 유익하다.


세계는 하나’, ‘우리는 연결같은 말이 이제는 빈티지한 느낌이  정도로 세상은 이미 가까워져 있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도 너와 나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간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면서 배운다.  깨우침이 무수히 쌓이는 과정에서 인간으로 함께 사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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