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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17. 2020

62 - 시인의 마음으로


팔로잉하고 있는 SNS 피드에서 기사 내용의 일부만 보고 뭉클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리, 선, 창의성과 같은 교육이 전달하는 가치들을 언급하면서도 “마음이 아름다움에 달하지 않고서는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한마디로 교육을 통해 시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교육은 효율적인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프레스, 2020-02-12 기사 중)


곧장 기사 전문을 찾아 읽어보니 최근 진행된 교육 관련 세미나에서 교황이 강조한 내용이라 한다. 아름다움에 도달하고, 시인이 되는 것.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단계가 교육의 최종 목표라고 이해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를 떠올려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수밖에.


시를 잘 모르고 많이 읽지도 못했다. 감수성 풍부한 여고 시절에는 습작 노트를 두세 권 쓰긴 했다. 시라고 하긴 애매하여도 내 안의 상념과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압축하는 그 시간에 무슨 느낌이 드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감히 시를 쓴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최근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시 공모전'에 처음 도전하고 당선된 경험을 떠올리면 더 분명한 느낌이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을 때 한적한 골목길을 지키고 서있는 벚꽃나무 한 그루. 계절 따라 달라지는 그 자리의 풍경 속, 어느 뜨거운 여름날 초록빛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에 서 그 시를 썼다. 단박에 완성하진 못했고 매만지는 시간이 약간 필요했다. 여전히 그 나무 밑을 지날 때마다 나뭇가지의 상태와 나의 관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오늘 올려다본 가지 끝마다에는 곧 새순이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렇게 이따금씩 그 나무를 올려다보며 세심히 살펴본다.


중학교에서 시간 강사를 하는 친구나 영어 교사인 지인의 이야기,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교육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이모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가족 내에서의 불화나 관심 부족, 교우 관계에서도 동화되지 못하는 아이, 학군에 따라서도 차이나는 환경 등 공과 사를 막론하고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미래의 어른'어루만지고는 있는지 근심스러운 지경이다.


나부터가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시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자의 고운 손길을 위해 기도한다. 지역사회와 각종 기관과 이 나라가 할 일은 그들을  아름다운 어른으로 길러내는 이다. 작고 소중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인으로, 시를 쓰듯 정성을 들이며 돌보아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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