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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Mar 19. 2020

80 - 유일한 주인공, 엘사 & 안나


스토리텔링 작법에 관한 동영상 강의를 보던 중이었다. 플롯도 카타르시스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완전 소중한 것은 바로 ‘주인공’! 매력적인 주인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간 흥행한 한국영화 10편에서 각 주인공을 정리한 표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라...?

여자 주인공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날짜 기준으로 포털에서 역대 영화 순위를 검색해 본다. 1,761만 명이 봤다는 <명량>부터 외화를 포함한 35위까지도 한국 여자 주인공의 메인 스토리는 없다. 36위에서야 심은경, 나문희 배우의 <수상한 그녀>가 등장한다. 동영상 수업에서는 빠져 있던, 전지현 배우가 제일 먼저 이름을 올린 <암살>이 11위로 천만 영화 중에서도 유일하지만, 다중 캐릭터가 강조된 영화이기에 다소 아쉽다.


여자로서 여성 서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유일한 주인공은 ‘엘사’와 ‘안나’ 뿐이다. 모두 천만을 넘긴 <겨울왕국> 2편과 1편.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외국의,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준에서야 가능했다는 것이 서글프다. 얼마 전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러 나라 엘사 목소리의 배우들이 노래하던 빛나는 무대가 생각난다.


한국 영화 100년 사를 지나 올해 <기생충>의 놀라운 수상들로 새로운 100년 역사를 시작한다며 들떠 있다. 몇 해 전부터 분명 의미 있는 여성 감독의 영화들이 좋은 성과와 화두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익숙해진 이 시스템과 대중의 시각을 단번에 전복시킬 어떤 작품이 제발 나와주기를, 간절히 빌게 된다.


<겨울왕국 2>의 시사회를 보러 갔을 때 대형 극장에 앉아있던 꼬마 아가씨들이 생각난다. 어린이로 겨울왕국 시리즈를 체험한 그들이 어른이 되면 가능한 일일까? 언제가 되더라도 그런 영화, 그런 주인공, 그런 여성의 이야기가 드넓게 사랑받고 깊이 해석되는 세상이 오기를.


나 또한 그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똑똑한 생산자이자, 열렬한 소비자가 되고 싶다.

    

지난 일은 다 잊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LET IT GO, INTO THE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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