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라디오 사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유치원 다니는 딸한테 “사랑이 뭘까?”라고 물었어요.
“나 재롱 잔치할 때 무대 앞에 아줌마 아저씨 진짜 많았는데,
엄마를 한 번에 찾아냈잖아.
그게 사랑이야.”
경쾌한 오프닝 음악은 멀어지고, 혼자서 마음이 찡해졌다.
하늘의 인연으로 정하여졌다는 부모 자식 간에 그 사랑, 나도 잘 아니까. 넘치는 사랑을 내 엄마로부터 받았고, 사연 속 그 아이처럼 세상 사람 중에 내 엄마가 제일 애틋하다. 오로지 그녀만 보였었다.
그럼 나는...?
나를 그렇게 한눈에 찾아 줄 내 아이는 아직 없다. 조만간 '완경'이 불쑥 찾아올 테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해두었다. 그러니 이번 생에서는 아마도 없을 예정이다. 나는 엄마가 되지 못하는, 엄마가 아닌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애써 가져다 놓지 않더라도 내 가슴은 이제 딸이 아닌, 엄마와 어른에게로 향한다. <윤희에게>라는 영화 속 모녀 중에 묵묵한 엄마 '윤희'. <벌새>처럼 허공에 날갯짓하던 은희의 한문학원 '영지' 선생. 그들의 자리에, 나를 대입한다.
나와 비슷하게 인생길을 홀로 감당할 여성들. 나이라는 숫자로 가르고 싶진 않지만 내 앞이나 옆보다는, 나의 뒤로 더 많은 영혼이 걸어올 길이다. 어쩌면 남몰래 삭힌 혼자의 애달픔이, 1인분인 여인의 삶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고단한 그 혼자의 식탁마다, 윤희가 시도한 ‘용기’ 한 그릇과 영지 선생의 ‘위로’ 한 잔 올려주는 내가 되고 싶다. 그렇게 그녀들을 먹이고 채우며 등을 토닥이는 손길로 곁에서 연대하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사랑이 무엇일까,
지금 이 마음.
고이 접어 간직해 두었다 곧 편지할게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