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이었다. 앞에 걸어오는 커플과 스치면서 내 귀에 꽂힌 한마디.
“나 유튜브 진짜 많이 봤거든...”
이후로 멀어져 그 말 뒤의 말은 들은 게 없다. 무슨 얘길 하고 있던 걸까, 많이 봐서 어떻게 됐다는 걸까.
요즘 나도 소소하게 유튜브를 찾고 활용하면서 이 거대한 바다가 고맙기도, 무섭기도 하다. 몰랐던 걸 알게 되어 신나다가도 어마어마한 재생수를 보며 내가 뒤쳐진 것인가 씁쓸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결국 낚였다는 생각이 든 영상도 많다. 자신감 넘치는 바디 라인, 원어민 수준의 영어 발음, 부자가 되고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너무너무 쉬워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같은 말이 가끔은 소화 불량처럼 얹힌다.
조금 다르면서 비슷하게, 최근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을 좀 멀리하고 있다. ‘SNS 거리두기’랄까. 정보를 얻기 위해 시작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쪽 세상에도 역시 스타는 존재하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박탈감 같은 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순기능이 소통이라 했지만 마음 문이 조금씩 닫히고 있다. 아무렇지 않다 되뇌어도 어느새 가난하게 초라해져 갔다.
유튜브든 SNS든 한 번 붙잡으면, 마술처럼 시간은 순삭이다. 그저 타인의 말과 풍경에 취한 듯 빨려 들어간다. 그나마 남는 거라도 생기면 다행인데, 가끔은 ‘그래서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되돌아가는 길이 또 한참이다. 그 속에서 ‘나’를 자꾸 놓쳐버린다. 내 마음, 생각, 가치, 의지, 개성 같은 것을 계속 잃어버린다. 출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어지러워진다.
그럴수록 악착같이, 나를 챙기자고 다짐한다. 휩쓸려 가지 말고 내 중심을 단단히 붙잡으라고. 쓸데없이 오랫동안 휘젓지 말고, 취할 것만 착실히 구해 탈출하기로 약속한다.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나를 보호하고 쓰다듬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렇게 다독이며 기운 나게 할 내 두 손이, 나의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