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황금연휴가 지나고 나면, 코로나 상황이 조금 달라지게 될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이후로 변화되어 갈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남기거나 유지해야 할까. 혹은 새로워져야 할까.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두오모 공연 영상을 이제야 보았다. 예전 젊은이는 간데없고, 살짝 힘에 붙여 보이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마음에 균열이 시작된다. 가본 적 없는 이탈리아와 파리의 텅 빈 모습에 조금씩 무언가가 차오른다. 고요했던 성당을 나와 바깥에서 무반주로 ‘Amazing Grace’가 시작되자 뜨거운 것이 폭발하고 만다. 결국 눈물이 났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닌가 보다. 동영상 하단 세계인의 댓글이나 영상을 언급하는 방송과 뉴스에서 울었다는 얘기가 너무너무 많더라.
이게 어떤 눈물인지를 한참 생각했다.
인지상정?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정서나 감정, 그것일까.
동병상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움, 이것도 비슷하려나.
우리가 같은 ‘인간’이기에, 같이 당한 일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것. 구구절절 풀어내지 않더라도, 음악이라는 ‘예술’로 더 아름답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현재의 이 시간. 분명 코로나 이전에는 이렇게나 절절하게 깨닫기 힘들었던 것들이다.
월 1회 독서 토론을 하던 모임이 있다. 반강제로 두어 달을 쉬고, 우리는 화상 어플을 이용해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좋아 이젠 주 1회 모인다. 각자의 자리에서 편안한 차림과 마음으로. 한두 번 해보니까 두서없던 것도 정리되고 40분 무료 제공 시간 내에 알차게 대화한다. 주제는 한 주간 마음에 들어온 책, 드라마, 그 무엇이든 한 가지씩 꺼내놓는데 여성 서사가 참 좋았다는 드라마부터, 필사하고 있는 시 낭송까지, 아이와 함께 본 넷플릭스 다큐 등 다양하다.
언젠가는 밖에서 만나 식사와 차를 즐기고 함께 읽은 1권의 책 나눔도 할 테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유보하며 이렇듯 ‘느슨하게’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이 꽤 힘이 된다. 특히 나와 같은 1인 가족에게는 허전한 집과 마음을 모두 데워주는 소소한 행복 그 자체다. 저마다의 상황에서 건져 올린 한 가지씩은 이 작은 공동체를 몇 배로 또 다른 의미의 온기로 채운다. 노트북 화면에 따로 또 같이 그려진 네댓 명의 얼굴이 활짝 웃는다.
앞으로 우리네 생활이 어떻게 또 변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건 지금의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읊조리면서도 그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는 것. 물리적 거리를 둘지언정, 느슨하게 연결되어서 우리는 함께 살아내고 있다. 이 관계의 본질, 그 가치가 귀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나의 시작, 그리고 너의 시작을 기대한다. 이 연결을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