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부터 홍대 상상마당의 몇몇 프로그램에 관심이 갔다. 그중 이름부터가 마음을 당겼던 ‘크리에이티브 코칭(Creative Coaching)’. 퇴사 후 반년이 지나 여유가 몸에 익을 무렵, 낯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그 수업을 찾았다. 매주 토요일 아침 여덟 번의 만남이 끝난 후, 나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후로도 또 2년. 셀프 코칭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고 과거에 비해 단단한 사람이 된 내가 좋다.
코칭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수업 경험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전문적인 라이프 코치에 의해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그것을 집중하고 실행해가며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훈련... 정도? 더 그럴싸하게 표현해보고 싶지만 말이나 글로 한계가 있는 게 아쉽다. 크고 작은 인생 고민을 가족이나 친구와 나눌 수 있고, 더 어려운 경우라면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칭의 중심은 ‘나’에게 있다. 사회적인 가면을 쓴 나도 아니요, 여러 관계 속에서 역할을 강요당하는 나도 아닌, 진짜 나(real me). 나의 진짜 모습이 잔 밑바닥에 있다면, 맥주 거품처럼 위에 가리고 덮인 것을 싹 걷어낸 후, 나에게 묻고 답해 보는 것이다.
첫 수업을 기억한다. 죽음 직전에 ‘이것’을 하지 않아 가장 후회될 일을 물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 그 날 내 안의 대답 그대로, 이듬해부터 시나리오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가볍게 관심 있어요 아니고,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 말고,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답을 내 목소리로 듣는 경험은 놀라웠다. 8주간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내가 되었으면 하는 모습도 그려보았다. 인생의 유한함을 깊이 자각하고 그래서 더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 날, 코치님의 첫 책이 출간된 터라 사인받고 사진도 찍고 작별 인사를 나눌 때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건 어떤 눈물이었던 걸까. 내 마음과 생각을 어루만져준 코치님과, 함께 한 동기들의 따스함 때문이었으리라.
따로 또 같이였던 그 시간을 통해 나는 ‘경청’을 배웠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무엇이든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는 ‘동시성’. 아주 사소하더라도 돌아보니 때맞춰 나에게 찾아온 선물들이 있었다. 수업 초반에 찾아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모닝 페이지’라고도 불리는 ‘자기대화일지’를 아침마다 또는 카페에서 홀로 써 내려간 작은 수첩들이 쌓여간다. 마지막 장까지 채운 뒤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첫 장부터 읽다 보면 신기했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12월 9일. 이 날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나의 입사일이다. 3년, 5년, 10년 차... 고비도 많았고 격려가 필요했기에 매년 입사 기념일을 챙겼다. 자축 파티를 하거나 동료들에게 크게 쏘기도 했다. 그 해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또 기념했을 2017년의 그 날, 코칭 마지막 수업에서 1년 뒤의 나에게 쓴 편지를 작년 연말에 받았다.
“참 잘했어요.”
퇴사 참 잘했다고, 계속해서 나를 만나자고 씌어 있었다.
2018년에도, 그리고 올해 현재까지도 나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과 그룹 코칭을 이어가고 있다. 올여름 양양에 다 같이 1박으로 여행을 갔었는데, 펜션 사장님이 우리가 어떤 모임인지를 끈질기게 물어봤음에도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우리는 그런 사이다.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이. 그러나, 마음 깊이 나를 신뢰하듯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벗들이다.
2019 그룹 코칭에서 나의 연간 프로젝트는 지금 브런치 작가명이기도 한 ‘dance-a day-writer’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내게 하는 점검 질문도 있다.
“오늘, 신나게 썼나요?”
지금 집 앞 카페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신난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 앤드루 조지,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중에서 -
+ 코치님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