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무 Feb 10. 2020

55 - 유머러스한 사람

축! 기생충 & 봉준호


'유머(humor)'라는 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웃기게 만드는 것에 큰 희열을 느끼는 내게도 항상 간절한 희망사항이다. 간혹 '유머러스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는 사례도 많았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유머가 넘친다는 건. 작은 부분이어도 상대에게 나이스 타이밍으로 센스 있는 웃음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오스카가 그에게 간다며,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고 그가 한국말로 소감을 전하는 순간마다 미소가 삐져나왔다. TV 생중계를 보며 온몸에 전율이,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다가 그의 스치듯 짧은 멘트들이 활력을 준달까.


마냥 웃기기만 한다면 가벼운 사람, 진지하지 않은 이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는 작은 유머는 그를 더 여유롭고 친숙한 사람, 유쾌하게 호감 가는 사람으로 만든다. 역사를 새로 쓰는 위대한 순간에서도 봉준호의 유머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하는 이유다.


이성재와 배두나, 변희봉 배우의 만화 캐릭터 같았던 <플란다스의 개>, 송강호 배우의 어눌한데 미워할 수 없는 <살인의 추억>, 어딘가 모자라지만 결국 합심하는 가족 <괴물>, 모성을 싸하게 전복시키는 <마더>,  외국 영화를 보는 기분인데 한국적인 쾌감을 준 <설국열차>와 <옥자>. 그리고 지금까지 그려낸 토막들을 종합적으로 버무리며 블랙 유머를 제대로 탄생시킨 <기생충>. 아, 중간 길에 보았던 단편 <지리멸렬> 역시 낡은데 통렬한 웃음 코드가 있었다.


봉 감독은 세 번째 트로피인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함께 노미네이트 되었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한다. 영화를 공부할 때부터 새겨 둔 말이라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유머가 많은, 아니 적당히 유머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말과 행동 속에서 찰나의 웃김을 건져 올리는. 나만의 유머를 위한 창의성은 지극히 나로 인한, 나 자체의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런 나여도 충분히 괜찮다.



( 사진 출처 : 뉴시스 )

매거진의 이전글 54 - 여행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