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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11. 2020

56 - 나의 동사는?


부채감에 허덕이는 하루하루다. ‘써야만 하는’ 행위로 갚아나갈 의무. 거룩한 부담감 같은 게 아니다. 성스럽고 신비롭게 고차원적이지 않다. 매일 정해진 이율로 토해내야 하는 힘겨움이다. ‘확, 그만둬!’ 유혹하는 속삭임을 눌러 죽이며, 그 위로 벽돌 같은 단어를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작년에 그룹 코칭 모임을 1년간 지속하며 잘 마무리했다. 전문 코치님과는 작별했지만, 그 구성원 그대로 새로운 한 해도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방식처럼 우리는 각자의 연간 프로젝트명과 그 실천을 위해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을 정했다.


2020 나의 프로젝트 이름은 ‘simply & steady’. 매일 하려고 노력하는 질문은 ‘지금 이 순간, 나의 동사는?’이다. 명사가 아닌 동사. 생각을 단순화하고 행동을 꾸준히 하고 싶기에, 순간마다 바로 움직일 동사를 떠올린다. 매일 밤 자정이 되기 전, 나의 동사는 묻지도 따질 것도 없이 ‘쓰다’ 하나뿐.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한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 은유, <쓰기의 말들> )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무거웠다 가벼웠다 울렁증 비슷한 것이 고통은 맞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큰 폭 없이 영혼을 저울질하고 완만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그 위로 낱말 하나 겨우 골라놓는다. 의식적으로 호흡한다. 다시  고르고 숨을 내뱉는다. 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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