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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Feb 14. 2020

59 - 나의 페르소나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후 남긴 말.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건넨 기립 박수의 감동뿐 아니라, 누구라도 ‘나만의 것’으로 지금 그 도전을 계속하라고 뜨거운 용기를 전했다.

 

영화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가 있다. 익히 알고 있듯 봉 감독의 페르소나는 송강호 배우이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에서 온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고 한다. 이 단어를 가장 최근에 들었던 곳은 지금 듣고 있는 로컬 체험 관련 수업에서였다. 개인 SNS 외에, 추가로 비즈니스 계정을 만들도록 독려하는 강사분이 당연하지 않냐는 듯 물었다.

“요즘 이렇게 가면 여러 개는 쓰잖아요?”


여러 개의 페르소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외출할 때 생각한다. 이게 바로 익명성이겠구나. 눈만 내놓고 거리를 활보하며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에 또 하나의 내 모습이 추가되는. 그런 가면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이상이라면? 하긴 나도 트위터와 인스타 계정이 2개씩이다. 용도가 달라서 분리를 했는데, 이제 비즈니스용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할 판이다.


‘N잡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 다양해진 플랫폼으로 인해 세부적인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세상이다. 오랜 경력보다는 다방면에서 여러 경험을 가져 본 사람이 멀티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분명 한 사람이지만, 상황과 일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야 한다. 또 그 얼굴마다 고유의 것을 가질 때 창의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가면 속으로 나를 숨기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한 나의 여러 얼굴을 뽐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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