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과학관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미국에 손꼽히는 관광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는 금문교, 롬바드 스트릿, 피어 39,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는 변수가 적용되면 가 볼만한 곳의 목록이 조금 달라지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동시에 경험의 폭과 깊이까지 한껏 넓혀줄 수 있는 배움이 함께 하는 곳이라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더할나위없이 좋은 여행이 되겠지요. 오늘은 바로 그런 장소 중 한 곳을 소개해드릴까해요.
저는 샌프란 시스코를 서울이라고 한다면, 천안(?) 정도 거리에 살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파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과학관(영문명: 캘리포니아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에 만6세에 가까운 첫째와 돌쟁이 둘째를 데리고 다녀왔어요. 해외특파원으로서 현지인과 지방에서 상경하는 여행객의 중간즈음에서 이번 글을 써보도록 할께요.
과학관을 방문하시기 전에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둘러보시길 추천해요! 웹사이트에 다양한 정보들이 많이 나와있답니다. 저희는 함께 했던 지인이 멤버쉽이 있어서 감사하게도 입장료를 내지 않고 갈 수 있었고요. 멤버쉽 혜택 외에도 여러가지 기준들에 따라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해당사항이 있는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상단 사진에 보이듯이 사이트를 보시면 첫번째와 두번째 탭: Visit or Exhibitions & Events 을 통해 방문하는 날에 어떤 행사 혹은 강연이 이용가능한지 나와있으니 참조하시면 여행의 동선을 알맞게 짤 수 있고요. 연령대가 조금 높은 자녀들과 함께 하는 경우라면 세번째 탭: Learn & Explore 을 보시면 과학관에서 전시되는 동식물에 대한 자세한 소식과 사진들을 미리 접할 수 있어요. 혹시 영어가 부담스러우더라도, 일단 사진만으로도 생소하고 신기해서 (특히! 자연에 관심 많은 친구들에게) 흥미 유발하기에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애들이 싫어하면 이런 선행준비는 안하시는 게 좋구요!
* 팁1: 같이 간 친구의 부모님은 이미 여러번 방문했던지라, 과학관에 있는 동물들 그림을 몇 가지 그려오고(잘 그릴 필요 없어요 ㅋ) 아이들이 그 동물을 찾게될 경우 동그란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표를 만들어오셨어요. 연령대가 어린 제 아이가 너무 좋아했구요! 과학관 탐험에 적극 동기부여를 해주는 좋은 액티비티였으니, 여유가 허락되면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팁2: 과학관 지하에 유료 주차시설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그냥 길가에 주차를 했어요. 무료이지만 4시간 제한이 있는데요. 어린 아이 둘 데리고는 충분한 관람 시간이었는데, 동반하는 아이들 연령, 방문하는 시간(오전/오후: 평일/주말), 주차비용예산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탐험을 시작해볼까요?
과학관은 수족관/열대우림관/천문관(영화상영)/자연사박물관 이렇게 나누어져 둘러볼 수 있어요. 이 글에서는 SEESAW 매거진의 관심 주제인 공간/컨텐츠/사람을 중심으로 과학관을 둘러보도록할께요.
미국 시설들의 큰 강점은 바로 전시 규모인 것 같은데요. 큼직큼직한 규모와 더불어 캘리포니아 과학관에서는 (실내일지라도)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생생한 공간을 마련한 준 것이 참 좋았어요. 유리벽 너머의 전시물을 바라보면 아무래도 수동적인 관람객에 머무르기 쉬운데 이 곳은 과학관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드넓게 펼쳐진 동물원 + 자연박물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눈 앞의 자연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자연에 얽힌 이야기와 과학지식들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해주어요.
제일 처음 열대우림관을 관람해야하는데요. 과학관 내부에 커다란 돔형으로 꾸며져있고 제일 위에 과학관 웹사이트에 게재된 전면 사진을 보시면 우측 지붕에 동그란 유리창이 여러개 설치되어있는 게 보이실 꺼예요. 바로 열대우림관에 연결되는 태양열 + 자연광을 위한 시설이랍니다. 돔 안으로 들어가면 열대우림관답게 후덥지근해요. 정말로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왔어요! 열대우림관 돔 안에는 나비, 새들도 서식하고 자유롭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출입구가 2중으로 되어있고요. 나비들이 날아다니다가 종종 옷이나 가방같은 데 사뿐히 앉으면 아이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어른인 저는 너무 큰 나비가 올 때는 좀 무섭더라고요ㅋ
나선형 산책로를 따라 열대우림관 꼭대기 층에 도착한 뒤,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음에 간 곳은 바로 수족관. 이곳에서도 최대한 바다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도록 꾸며진 디자인이 눈에 띄었어요. 하단의 사진에 보이듯이 터널 형태로 꾸며져서 물고기들이 천정에 지나다니거나, 벽 전체가 유리벽 되어 아이들이 거대한 바다 안에 있는 것처럼 해놓았거나, 동굴로 들어가면 유리 돔이 있어서, 마치 잠수함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꾸며준 곳들이 있었어요.
열대우림관과 수족관을 지나서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의 엄마들은 천문관으로 가서 Passport to the Universe라는 짧은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천문관 영화는 4살 이하는 관람이 불가능해서 저는 아기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지요. 75피트 대형 돔형 스크린 덕분에 영화를 관람할 때 진짜 우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저는 아쉽게도 직접 경험하지 못했네요.... ^^; 사진으로만 엿보는데 실제로 보면 진짜 생동감이 넘쳤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돔형 디자인이 과학관 곳곳에서 한 몫하고 있네요.
혹시 팔로알토에 위치한 매지컬 브릿지 놀이터에 대한 제 글을 보셨었나요? 그 글에서 놀이터 곳곳에 보이는 평평한 연결로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 혹은 유모차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어린 아이들까지 포용해주는 작지만 큰 차이라고 생각을 나누었어요. 캘리포니아 과학관을 방문하였을 때 둘째 아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갔었어요. 관람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공간 구성이 잘 되어있었어요. 일단 열대우림관은 경사가 아주 높지 않은 나선형 산책로이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 관람 가능하고요. 열대우림관 꼭대기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오면 바로 수족관 관람으로 이어졌지요. 이동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이 배제되지 않고 폭넓게 수용된다는 점에서 공간 디자인에 별점 10개 주고 싶어요!
그리고! 큰 아이들 관람하는 길만 졸졸 따라다니다보면, 심심하다고 피곤하다고 보채는 동생들을 달래줘야 해서 쉽게 지쳐버리기 일쑤인데요. 아이가 생기고나서야 비로소 아이들과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눈에 보였던 것처럼, 아이가 둘이 생기고나니 연령대가 서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서 나들이를 갔을 때, 두 아이들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준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언니, 오빠들이 신나게 탐험하는 동안 함께 놀러온 동생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엄마 아빠의 몸과 마음이 훨씬 가뿐하겠지요?
과학관 1층에 보시면 5세 이하 어린 아기들이 놀 수 있는 시설/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어요. 당연히 유모차 주차장이 있고요. 안쪽 놀이방으로 들어가시면 한켠에는 아주 어린 아기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푹신푹신한 구조물과 아기운동장, 반대쪽에는 조금 큰 아기들이 놀 수 있는 트리하우스, 재밌는 책이 진열된 전면 책 선반, 동물들이 살 고 있는 작은 전시관, 인형극장 등 재밌는 것들이 꽤 많이 갖추어져있어요.
아기들이 물고빨은 장난감은 한 곳에 모아놓을 수 있도록 장난감 걸이가 마련되어있으니 위생적으로도 10점! 샌프란시스코 매거진에서 선정한 2018년 최고의 토들러 놀이방으로 뽑혔으니, 꽤나 괜찮은 거겠지요? ^^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각 자극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드리고 싶어요. 앞서 공간을 중심으로 과학관을 둘러보면서 이 곳에서 어떤 컨텐츠가 다루어졌는지 조금 볼 수 있었는데요. 자칫 일방적으로 시각 정보만을 줄 수 있는 과학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해주는지 알아볼까요?
과학관 곳곳에 있는 주황색 가운을 입은 자원봉사자 도우미/도슨트들을 찾아보세요! 직접 보고 만져보는 체험이 있을꺼예요. 우리 아이들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돋보기로 오돌토돌 악어가죽을 들여다보고 만져보았는데요. 한국어로는 같은 악어이지만, 영어로는 Crocodile이랑 Alligator 차이 점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어요. 수족관에서 미끄덩미끄덩 불가사리와 해초도 만져보았구요. 우리와 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평소에는 만져볼 수도 볼 수도 없었던 생명들을 직접 손으로 느껴보는 아이들의 눈에서 즐거움이 느껴져요.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전시물들도 눈에 띄었어요. 자연이 주는 선물(커피, 바닐라, 계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직접 냄새를 맡아보는 곳 (후각: The Secret Ingredient), 악기처럼 설치된 알록달록한 선을 손으로 튕기면 예쁜 소리와 함께 색깔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곳(시청각: Stories in Color), 다양한 동물들의 짝짓기 춤을 따라서 추면서 게임을 하는 곳 (운동: Courtship Dance Stage)을 볼 수 있었어요.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실리콘 밸리답게, 과학관 곳곳에서 전시관람을 돕는 첨단 기기들을 볼 수 있었어요. 위의 감각체험에서 나왔던 댄스 스테이지와 시청각 전시물도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기기에 해당되겠지요. 대부분의 전시장에 터치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전시된 동식물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들을 수 있고요 (하단 좌측). 수족관의 경우 유리전시장 내에 한가지 단일개체가 아니라 여러가지 동식물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럴 경우, 아이들이 모니터에 보이는 슬라이드 목록을 스스로 탐색하며 자기가 발견한 동식물에 대한 정보를 직접 찾아내보는 쏠쏠한 재미도 있었어요 (하단 가운데). 카메라로 정원을 찍으면 벌들에게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기도 있었네요 (하단 우측).
저는 개인적으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구닥다리 여인네입니다만 ㅎ 다양한 연령층, 특히 배움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청소년 세대를 수용해야하는 박물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현명하게 첨단기기들을 활용하여 컨텐츠를 전달해야할지 깊이 고민해야하겠지요. 우리 아이들 세대는 핸드폰, 타블렛과 같은 터치스크린에 너무나 익숙하고 그러다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기계의 좁디 좁은 모니터만 바라보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 일쑤이지요. 과학관 곳곳에 보이는 모니터/혹은 영상물을 통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봐요. 하지만, 직접 경험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한) 간접경험 사이에서 지혜로운 줄다리기가 필요할 듯 합니다. 끄응~ 어렵다~
크고 멋진 전시물에 대한 감탄에서 끝나버리면 아이들의 경험은 과학관을 방문한 당일에 그치고 말겠죠. 아래 사진을 보이듯이, 캘리포니아 과학관 곳곳을 보면 아이들이 탐험하고 있는 자연에게 지금 어떤 목소리가 필요한지 알려주고자 전시가 되어있어요. Support, Guardians, Voices 등 관계에 호소하는 글귀들을 통해 단순한 방문객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적극적인 참여자로 발전시켜주는 물밑(ㅋㅋㅋ)작업을 하는 거지요. 후속 작업이 잘 이루어지면,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져서 아이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주인의식을 심어줄 수 있고, (좀 더 현실적으로는) 과학관의 향후 활동에 대한 여러가지 형태의 후원으로 이어질 꺼예요.
적극적인 참여자로 거듭나는 방법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한가지는 바로 자원봉사(Volunteer)로 박물관 곳곳에서 직접 일하게 되는 거예요. 자원봉사에는 여러가지 역할이 있는데 어떤 표본을 보여주는지 어떤 전시회에 참여하는지, 혹은 어떤 동물을 다루는지에 따라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앞서 나왔듯이 주황색 가운을 입은 자원봉사자, 도슨트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과학관을 경험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가 갔을 때 아이들이 도슨트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2번,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들이었기 때문에 도슨트, 즉 과학관에서 방문객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일하는 어른들이 어떤 태도로 아이들의 배움에 관여하는지 평가(?)를 내리기 힘들었는데요. 그래서 자원봉사 담당팀에 직접 연락을 드려서 도슨트들이 구체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지 여쭤보았어요. 본 과학관이 꽤나 큰 기관이기 때문에 훈련의 강도도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컨텐츠가 굉장히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슨트는 과학관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Public) 프로그램 중에 가장 강도가 높은 훈련을 받게되는데요. 최소 8시간 훈련을 통해 1) 방문객 분석 (Knowlege of Academy Visitor) 2) 과학 지식 (Knowledge of Scientific Content) 3) 학습 이론 (Knowledge of Learning Theory)을 바탕으로 방문객들의 관계참여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기술과 교구들을 배우는 (Engagement Techniques and Tools) 훈련을 받게 됩니다. 여러가지 훈련 내용 중에 아이들의 대하는 태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두가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 한가지 공유하도록 할께요.
1. 방문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Encourage Guests into Conversation)
방문객이 손쉽게 접근 가능한 얼굴 표정과 몸짓
방문객을 기다리기 보다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인사를 먼저 건네거나,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먼저 시작하기
===> 홈파티에 초대되어 같는데 마땅히 아는 사람이 없어서 뻘쭘하게 서 있다가 누군가 다가와서 이야기를 건네주고 대화의 물꼬가 트였던 경험이 꽤 있는데요. 상대방과의 대화를 즐기게 되면 신기하게도 조금 전에는 불편했던 똑같은 공간이 어느샌가 편안하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대화의 힘이라는 건 과학관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겠지요? 도슨트 훈련 메뉴얼을 보니 한걸음 떨어진 딱딱한 배움터가 아니라,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고 웃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냄새 폴폴나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게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대답을 함께 알아가고 배워가는 공간이 되기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2. 방문객 중심 관계참여 형성하기(Create a Guest-Centered Engagement)
방문객이 이끌어가도록 지켜보기
방문객이 질문 혹은 코멘트를 할 때는 잠시 쉬어주기: 그 후에 그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
미리 정해두지 않고 방문객의 관심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일방적으로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기
방문객들의 지식을 존중하기
===> 으하하하하하! 마치 육아관련 서적에 나와있는 내용인 것 같아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부분이지요. 자기 자신은 내려놓고 상대방을 기다려주고 지켜봐주고 존중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배려들을 묵묵히 해주는 건...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배워나가야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도슨트들은 제3자를 상대로 하는 거니까 육아의 전쟁터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리라고 믿어봅니다.
3. 의인화에 대해서 (Anthropomorphism)
===> 의인화는 사람의 특성을 사람이 아닌 동물/물건에 적용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도슨트 훈련내용 중,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대중들과 소통을 할 때에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입장을 대입하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내용이 있었어요. 동물과 사람이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기에 정보전달의 측면에서 신중하게 말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와~ 저 동물은 어린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네 (He is acting like such a little boy)"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럴 때는 " 네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사실 저 동물은 어린 아이가 아니라 이미 성체로 다 자란 수컷인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성체로서 맞는 거란다. 놀이 활동은 성장을 마치고 다 자란 동물들이 보여주는 매우 흔한 행동양식이란다 (I can understand why you say that, but really he is just behaving as a young, male animal should. Play behavior is very common in many young animals)."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표현들까지 세세하게 코치해주는 부분이 꽤 전문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탐험을 마치며
저희도 처음으로 방문한 캘리포니아 과학관.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자연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또한 찬찬히 글을 쓰면서 과학관에서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공간, 컨텐츠, 사람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100이 준비되었지만 아이가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50밖에 누리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이번에는 직접적인 경험과 탐색이 주를 이루었던 시간이었는데 아이가 글을 스스로 읽을 수 있을 때,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의식이 좀 더 견고해졌을 때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요. 동식물에 대한 설명도 차근차근 읽어보며 제공되는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 때는 배움터로서의 과학관을 어떻게 경험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흐흣.
이 글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 공간,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기록하는 SEESAW의 브런치 매거진 중 "해외 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에 게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