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공간 X 해외리포터] SEE SAW 미국 샌프란시스코 리포터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X 해외 리포터]에서는 아이와 함께 해외에서 살고 있는 엄마, 아빠 리포터들이 직접 경험해본 다양한 제3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공원 등 공간의 물리적인 환경은 물론, 공간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 아이들이 경험하는 콘텐츠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Q. 지수님,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인이 엄마 최지수 입니다. 건축회사에 다니며 도시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로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기도 해요.
Q. 도시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조경가는 주로 공공공간, 예를 들면 공원, 놀이터, 정원 등을 디자인 해요. 저는 도시계획 차원의 녹지 체계 구축, 대규모 도시공원, 수변공원 같은 비교적 큰 스케일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주로 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조경가는 공원 디자인부터 가로 디자인, 작은 스케일으로는 개인 주택의 정원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외부 공간과 실내 공간을 디자인 합니다.
Q. 조경학과와 건축학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배우는 점에서는 같아요. 쉽게 구분하자면 건축이 건물을 디자인 하는 일이라면 조경은 공원, 정원, 놀이터, 가로디자인등의 외부공간 뿐아니라 공항, 백화점, 건물로비등의 실내공간 또한 디자인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별한 점이라면 조경가의 디자인은 나무와 식물이 주요 팔레트인 덕분에 계속 자라고 변모하는데 있어요.
Q. 조경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중요해요. 누가 사용할 공간인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오피스 주변인지 주거 공간 주변인지와 같은 '도시 문맥'이 중요해요. 문맥에 따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유입될 메인 입구가 어디가 될지, 동선을 어떻게 이어줄지, 어떤 프로그램을 어디에 배치할지가 결정되요. 예를 들어 주거지가 가까이 있고 아이들이 많다면 여기에 놀이터가 있어야겠다고 판단하고 프로그램이 들어가겠죠.
디자인 방법을 A에서 B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설명하자면요. 공원을 디자인한다면 디자인하고자 하는 공간의 규모와 성격, 도시 문맥에 따라서 정원, 숲, 광장, 놀이터 등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이들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 어떤 동선으로 연결할지등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Q. 한국의 숲, 공원 중에 디자인이 잘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곳이 있나요?
먼저 떠오르는건 서울숲이에요. 비록 오래 전에 가봤지만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어요. 서울숲 같은 큰 공원은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이용하지만 멀리서 숲을 즐기러 오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 서울숲의 다양한 소식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서울숲컨서번시'
그런데 저는 동네마다 근린 공원이라고 불리는 공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공원들이야말로 아이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누구나 언제든 쉽게 휴식하러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공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큰 공원들은 마치 박물관을 가듯 특별하게 피크닉을 하러 가는 공간이지만,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아파트 단지나 근린 공원에서 자주 뛰놀았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 가능한가'로서의 거리도 중요해요. 그래서 도시를 마스터플래닝할 때 시그니처 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그만 근린 공원을 사람들이 가기 좋은 곳에 어떻게 적절하게 배치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도시에 사는 아이, 가족들에게 공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이자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에요. 특별한 곳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곳, 큰 마음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언제든 그냥 가볍게 찾아가서 걷다가 오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곳이죠.
Q. 아인이가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만나는게 왜 중요할까요?
물론 책으로 자연을 배울 수 있지만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나 나무의 색깔이 변하는 모습처럼 실제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공원은 결국 사람들에게 산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잖아요. 아이들에게는 자연 속에서 만나는 작은 것 하나에도 즐거워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고 뛰어놀기에도 공원이 좋다고 생각해요. 매번 갈 때마다 새롭게 놀 수 있거든요.
Q. 놀이터를 떠올려볼까요? 어떤 놀이터를 좋은 놀이터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놀이터는 아이들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놀이터,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서니베일의 Seven seas park 의 놀이터는 물놀이 공간, 작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들이 잘 나누어져 있는 좋은 놀이터에요. 편의 시설도 가까이에 있고 커다란 잔디밭, 테니스코트, 농구코트, 피크닉 공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연계되어 있어 다이나믹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부모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그늘막도 적당히 설치되어 있어서 뜨거운 태양 아래 부담없이 놀 수 있는 동네 공원이자 놀이터에요.
Q. 공원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어떤 공원이 좋은 공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컨텐츠와 프로그램이 있는, 그리고 잘 유지, 관리되고 있는 공원이 좋은 공원이라고 생각해요.
Q. 공원에서 말하는 컨텐츠,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 같은 의미에요. 예를 들면 스턴 그로브라는 공원이 있는데 '스턴 그로브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하거든요. 매년 여름에 2~3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무료 콘서트에요. 뿐만 아니라 공원에서 샌프란시스코 발레 공연을 하기도 하고 요가 클래스도 열리고 아티스트 토크도 열려요. 최근에 다녀왔던 캠핑도 1년에 1번이지만 매년 열리고 있고 여름엔 매월 넷째주 금요일에 영화도 상영해요. 그러면 담요를 가지고 나와서 돗자리 깔고 다 같이 보죠.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나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데 공원에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 자주 찾는 것 같아요. 매번 돈을 내고 뮤지엄에 가는 것도 한계가 있고 다니다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무엇보다도 공원에 가는게 제일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요.
Q. 공원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마음이 더 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주 주말, 성당 끝나고 다른 엄마 아빠들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갈지가 항상 고민이에요. 카페에 가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니까 결국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드넓은 잔디밭이 있는 공원을 찾게되요. 자동차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시끄럽게 뛰어다녀도 별 무리가 없는 곳이 결국 공원이더라고요!
Q.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가는 분들께 주고 싶은 조언?
큰 공원에 가실 땐 대부분의 경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미리 웹사이트로 확인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번째로는 구글, 네이버 맵을 켜고 집 주변에 있었지만 가본 적 없는 공원, 몰랐던 공원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래요. 저녁 때 함께 산책을 나가도 좋고 새로운 산책 경로를 만들어봐도 좋고, 공원을 가는 경로 자체가 경험이고 재미일 수 있거든요. 평일 저녁 같은 시간엔 동네 공원을 둘러보며 아이와 맞춰서 걷기도 하고 아이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여유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 혹은 '아이를 대하는 자신'에 대해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으신가요?
어딜가든 공간이 아이에게 안전한 곳인지, 아이가 무리 없이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곳인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곳인지 등 아이의 눈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어딜 갈지 고민할 때도 아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환경,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만으로도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직업적인 측면에서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공간이라는 유니버설디자인 관점의 요소들은 디자이너로서 항시 고려하긴 했지만, 직접 유모차를 밀고 다니다보니 경사로, 엘레베이터와 같은 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게 되었어요. 엄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 디자이너로서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상호 보완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Q. 아이를 둘러싼 물리적인 환경, 공간, 시설 측면에서 한국과 샌프란시스코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쭉 미국에 살아와서 한국과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도시,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 안에는 아이들 코너가 작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어요. 그리고 어디에 있든 놀이터와 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며 한국은 얼마나 균등하게 아이들이나 가족을 위한 공공시설들이 분포되어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연재를 계속 하면서 주변 동네 곳곳의 놀이터와 공원, 도서관을 다양하게 방문해보고 비교해보려고 해요.
Q. 심리적인 배려나 사람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긍정적인 멘트를 아끼지 않습니다. 꼭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너 옷이 예쁘다.' '가방은 어디서 샀어?' 등의 칭찬을 쉽게 던지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인사하고, 웃으며 한마디 던지고 지나가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언어에도 존대말이 없기 때문인지 대화에서 동등한 인격으로 대한다고 느껴질때가 많아요.
Q. 그런 부분이 아이에겐 어떤 의미를 줄까요?
모르는 어른들이 친절하고 친근하게 이야기하면 아인이도 그냥 모르는 사람에게도 'Hi!' 하고 인사하며 지나가요. 그런 작은 인사가 소통하는 느낌을 주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얘기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아이들도 깨달으면 크면서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아인이가 'Cutest'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니까 자기 자신이 Cute 하다고 이야기해요(웃음). 너무 사람들이 다 예뻐해주니까 자기가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은 아이의 자존감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요.
Q. 아인이와 함께 가기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인터뷰에서 공원, 정원 같은 야외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평소엔 아인이와 뮤지엄, 갤러리를 정말 많이 다녔어요. 무엇보다 뮤지엄이나 갤러리 같이 쾌적하고 영감이 풍부한 공간에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형태와 색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인이가 걷기 시작하니 자유롭게 공간을 탐색하는데 갤러리 만한 공간이 없었죠. 그림을 만지지 않도록 바닥에 그어진 선을 가리키며 선 밖에서 그림을 봐야한다는 점, 그림을 만질 수는 없지만 마음껏 구경해도 된다는 점만 알려주면 생각보다 아인이가 규칙을 지키는 걸 좋아하고 함께 걸으며 제법 공간에 익숙해지더라고요. 뮤지엄이나 갤러리는 저와 아인이처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더욱 좋아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갔을 때는 아인이가 혹시 피해를 끼칠까봐 관리인이 제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아인이도 크면서 의식이 생기니까 그림이 눈높이에 있지 않아서 재미 없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기획전 같은 내부 전시보다 야외 인스톨레이션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새는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뮤지엄을 즐겨야할지 고민이에요. 예전에는 어디든 데리고만 가면 좋아했는데 이젠 데리고 가면 어떤 경험을 해야 좋아할지, 어떻게 반응할지, 진짜 재밌어할지 등등 고민이 되요.
Q. 샌프란시스코에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공간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할 기회가 생기신다면 필로리 가든을 추천합니다. 저의 첫 연재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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