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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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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8. 2023

Roadkill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멀리까지 이동하며 지냈다. 현재 우리 첫째 아이의 나이에 집에서 혼자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을 타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용하다. 


그렇게 혼자 왔다 갔다 거리던 어느 날 나는 시체를 마주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버스 정류장, 구정물이 가득한 아스팔트 길 위에 버스에 치인듯한 비둘기를 보았다. 빨간 내장 같은 게 튀어나와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희한한 호기심이 일었는지) 힐끔힐끔 용기 내서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뒤 7-8년쯤 지난 뒤 자동차에 치인 비둘기를 한번 더 만났다. 그때는 사고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는데 비둘기가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고 내리막길 위쪽에서 트럭이 내려오고 있었다. '저.... 비둘기 저렇게 천천히 걷다가는 트럭이랑 부딪힐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죽음을 앞두고 웃어선 안되지만 녀석의 죽음을 떠올리면 너무 허무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지나간 자리 뒤로 한쪽 날개하늘에 치솟은 채 땅에 누워있는 비둘기가 있었다. 좀 전까지 느긋하게 걸어가던 녀석이었는데.


내가 지금 사는 미국은 슈퍼 한 군데 가려고 해도 운전대를 잡아야만 하는, 자동차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곳이다. 이곳에서 운전자가 되어 길 위를 누비다 보면 적어도 2-3주에 한 번꼴로 길 위에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을 만나게 된다. 여기는 비둘기는 많이 없지만 다람쥐나, 너구리가 가장 많이 보이고 좀 더 시골이나 산길로 들어서면 사슴처럼 큰 동물도 빈번하게 치인다고 한다.


최근에는 항상 지나가는 길에 로드킬을 당한 다람쥐가 놓여있었다. 첫날에는 쓰러진 것처럼 몸이 성했지만, 그다음 날에는 (자동차가 또 한 번 그 위를 지나간 건지) 신체가 더 훼손된 동물을 보니 마음이 참 착잡했다.   


언젠가 로드킬에 관련된 소설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뺏기고 심지어 존엄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살인까지 당하는 수많은 생명들의 억울함. (꼭 로드킬 아니라 ㅜㅠ 그놈의 육식도 내 마음을 옥죄인다. 하..... 고기 섭취도 줄여야 하는데......) 동물들, 인간 외의 생명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그리고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치워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그 작업을 해내는지도 궁금하다. 그들의 동물들의 죽음에 무뎌져있을까, 아니면 더 예민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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