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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Nov 22. 2023

이제 지구는 망한 걸까요?아니,다만 우리가 함께 한다면

기후 전문가 윤정훈님 웨비나 후기

내가 좋아하는 웹툰 중에 '빌드업'이라는 작품이 있다. 장르를 말하자면 보송보송 꽃미남이 나오는 로맨스..... 가 아니고 남자애들이 땀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축구 만화다. 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를 보기 위해 밖에서 노는 거 과감하게 포기하고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봤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 만화다.

 

(독자들이 만화의 신 '만신'이라 칭하는) 911 작가님의 네이버 웹툰 <빌드업> 참고로 수요웹툰입니다 ㅎ

스포츠물의 묘미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는 바로 주인공의 성장에 있다. 주인공의 팀이 어느 날 갑자기 강한 팀을 뙇! 이기게 된다고 해서 우리가 열광할까? 아니다. 카타르시스는 차근차근 쌓아온 빌드업 뒤에 터지게 된다. 주인공이 (오합지졸 느낌의ㅋㅋㅋ) 팀에 합류하고 친구들과 부대껴가며 성장한 뒤 강한 팀을 물리치게 될 때 독자들은 주인공의 상황에 이입하게 된다. 


만화에 공감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실제 축구 경기에서의 빌드업을 예를 들어보자. 수비수가 미드필더에게 공을 넘겨주고 공간을 잘 파악한 미드필더가 상대 진영으로 공격선을 올려붙여주는 빌드업을 거쳐 많은 선수들이 골대 주변에서 주거니 받거니 힘을 합쳐 골키퍼 너머로 공을 넘겨내는! 사람들은 그 순간을 간절히 원하고 환호를 한다. 팀 스포츠에는 개인적 성장을 위한 시간적인 빌드업, 성공을 위한 협동의 빌드업도 필수다. 혼자 특출 나게 뛰어나다고, 혹은 반대로 다른 친구들이 알아서 잘하니까 나 혼자는 대충 해도 되겠지....라는 정신으로는 '승리'라는 아름다운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 11월 13-15일 <테이크루트>에서 기후 전문가 윤정훈님을 모시고 기후 위기에 관한 웨비나를 진행해 주었다. 비단 부모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자녀들, 이 세상에서 여전히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부모의 부모들까지, 지구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거대한 팀이 연관된 주제이기에 장장 3일에 걸친 빌드업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1. '기후 변화, 사실인가요?'

내가 코찔찔이던 시절만 해도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는데 이제는 기온의 상승뿐 아니라 총체적 난국을 뜻하는 '기후 위기' 혹은 'Global Boiling' 의 시대에 도달하게 되었다. (재밌는 사실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기후 변화'라는 키워드는 있는데 '기후 위기'는 없었다. 이제 '기후 위기'도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 지난 몇 년간 혹독했던 캘리포니아의 가뭄, 그 정점인 2021년 북미 폭염,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사상 최고 온도 기록했던 2023년 7월 뉴스 등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기후 위기 상황을 보면 우리들이 굳이 수고를 들여 찾지 않아도 엄청난 위기 상황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요즘이다. 


지구는 언제부터 이렇게 아파 온 걸까? 기후 위기의 씨앗은 불과 100여년 전, 18세기 후반 산업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구가 뜨거워지게 만드는 주 원인이 탄소이고 산업화를 통해 이 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의 사용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구 나이 45억살에서 100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지구의 건강은 해수면 상승과 빙하, 건조 기후와 산불, 이상 기온 등 여러 면에서 너무나 악화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온도가 몇 도나 올랐길래? 정훈님이 알려주신 답은.......................1도였다.  그리고 해외에서 출간된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6도가 올랐을 경우에는 무시무시한 인류 멸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원인이 되는 탄소를 제거하면 되지 않나?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의존하는 화석 연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인간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농업과 제조업에서, 교통수단과 전력에 이르기까기 직간접적으로 화석 연료를 쓰지 않는 걸 찾기 힘들 정도이니.....어느 정도 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그럼 이제 지구는 망한 건가요? 아니요, 다만 우리가 함께 한다면 위기의 속도는 현저하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2. 그럼 '나'는 뭘 할 수 있을까요?


둘째 날에는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훈님은 '다이어트'에 비유하여 몸무게 파악을 먼저하자고 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1인당 탄소 발자국(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이 1인당 12.4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세계 지도에서 손톱만큼 작은 한국인데 세계 4위를 찍는 몸무게(?)를 생각하면 전국민의 탄소 다이어트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후 전문가 정훈님의 몇 가지 제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집에서 에너지를 절약하자 (특히 냉난방)

- 가전 제품을 바꿀 때,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을 사자

- 자동차와 비행기는 꼭 필요할 때만

- 좋은 주행 습관을 숙지하자

- 육류 소비를 조금만 줄여보자

- 쓰레기를 줄이자


개인적으로 찔림이 컸던 부분은 바로 육류 소비였다. A가 1년간 고기를 포기한 만큼 B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약하려면 무려 11년!!!이 걸린다고 한다. 정훈님의 설명에 따라 마켓에 진열된 소고기 포장의 이면에 숨어있는 기회비용들을 하나하나 훑어가 보았다. 일단 고기로 가공될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큰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나무들을 잔뜩 베어내야 할 것이다. 농장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탄소 배출)를 사용하며 농장을 운영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료를 먹은 수백마리 소들이 만들어내는 트림이나 방귀도!!!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생각보다 육식의 부정적인 영향력, 반대로 채식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컸기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우리 가족의 식탁에 고기 반찬을 너무 습관적으로 올렸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상황을 맞닥뜨릴 때까지 별생각 없이 해오던 관습대로, 혹은 나의 편의에 따라 쉬운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근데 그 크고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 나쁜 의미로 빌드업이 돼서 ㅠㅠ - 이제 우리와 내 아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정훈님은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라던지, 생선 및 계란, 혹은 소고기보다 상대적으로 기회 비용이 적은 닭고기를 선택해 가면서 지금보다 좀 더 지혜롭게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격려해주셨다. 나중에 아이들과 마켓에 가게 되면 진열대에 놓인 육류를 보면서, 이 상품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 까지의 과정을 함께 이야기하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보면 좋을 듯 하다. (트림이나 방귀 이야기해주면 좋아할 듯ㅋㅋㅋ)


3. '나'를 넘어 '우리'(그리고 다음 세대)로


셋째날에는 각각의 '나'가 모여 이룬 '우리'로 이야기를 확장해나갔다. 

소비자로서 화폐 투표시에 이런 점을 염두해볼 수 있어요

자, 이제 기후 위기를 상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빌드업을 시작할 시간이다. 거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정훈님의 응원처럼 이런 주제에 관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함께 살아갈 세상에 대하여 시민의식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라고 여기며 작은 선택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영어나 한국어 표현에도 보면 "Better than nothing/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모든 걸 깔끔하게 단박에 해낸다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 보고 그걸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다독여보려고 한다.


개인이 시민으로서, 그리고 소비자로서 깨어난 경각심과 변화된 선택들이 쌓여 대기업과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장을 보러가는 일상에서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화폐 투표'를, 선거에서는 친환경적인 공약에 걸어준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치 투표'를 함으로서 기후 위기를 살아갈 당사자들, 우리 아이들에게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는 소소한 선택의 힘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첫째는 축구 클럽을 다니는데 주말에 종종 경기가 열린다. 한 번은 아이가 경기를 하기 전 날, 상태팀의 리그 순위를 찾아보더니 '으아, 이번에 상대팀 엄청 강하다. 우리 이기기 힘들 거 같아......' 직접 해보기도 전에 먼저 자포자기한 적이 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며,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는 4:1로 질지도 모르는 경기를 18:0 빵으로 완패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일러주었다. 우리 아들에게는 그렇게 말해놓고 막상 내가 기후 위기라는 초강팀을 마주하고는 이미 승부는 나버렸다고, 이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게임이라고, 이제 우리는 패배하고 말 거라고 필드에 발조차 안 디디려고 하면 우리 아이에게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모순적으로 느껴질까. 일단 두 발이 멀쩡하게 달려 있으니 드리블이 엉망일지언정, 우리 팀을 위해 열심히 뜀박질이라도 해보련다. 팀 코치가 되어준 테이크 루트정훈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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