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과 주치의는 남편의 친구이다. 처음 성경공부 모임에서 만났을 때는 그 분이 아직 개원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 부부와 그쪽 부부는 평범하게 성경공부 모임에서 소통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졸업하시면서 치과를 열게 되셨는데 워낙 꼼꼼하고 성실한 성격에 과잉진료 걱정은 일절 하지 않아도 되니 우리 온가족이 그 분의 치과로 다니게 되었다. 그것도 어느새 10년!
치과를 다니기 시작한지 초반에 신경치료가 필요한 엄청난 충치들 덕분에 형제님과 면을 텄다. 하하하 ㅠㅠ 그 뒤 너무 부끄러워서인지 알게 모르게 치아 관리를 하면서 지난 몇년 동안 심각한 충치없이 정기검진을 이어오면서 잘 지내왔는데......이제 내 나이 40. 지난번 정기검진 때 충치는 아니지만 잇몸이 아래로 무너져내려서 잇몸 뼈대가 약해져있으니 뼈대 세우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그 작업을 하러 치과에 왔다.
아랫 양쪽에 작은 어금니들이었는데 ㅋㅋㅋㅋㅋ형제님이 친절한 목소리로"자, 고개 왼쪽으로 돌려주세요" 부탁을 하고는 손가락과 치과 기구를 잔뜩 오른쪽으로 당겨서 작업을 시작하신다. 팽팽히 당겨진 볼따구와 함께 콧구멍이 옆으로 쭉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차분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지긋이 바라보려고 해도, 남편의 친구 앞에서 콧평수가 늘어난 (+ 어느 순간부터 입에 고이는 침을 의식해서 꿀꺽꿀꺽거리는) 나를 생각하니 현타가 왔다. 시트콤의 한장면 같은 내 실제 삶 덕분에 커거거거걱~ 내 침을 빨아들이는 석션 소리를 배경삼아 타이밍 맞춰 크그그그극~ 웃음 한번 내뱉는다. 갈려있는 잇몸 아래로 피가 흐르고 아프냐고 묻는 형제님 질문에 나는 괜찮다고 대답한다 ㅋㅋㅋㅋㅋ
집 평수는 안 늘어나는데 콧평수 늘어나는 바람에 오늘 하루 웃을 일, 브런치에 글쓸 일이 생겼으니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