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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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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Sep 10. 2024

우울한 여자

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놀이동산에 갔다. 놀이기구를 잘 타는 나는 큰 아이와 팀을 이루고 둘째는 아빠와 함께 따로 움직인다.


우리가 갔던 놀이동산에는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있는 자이로스핀과 유사한 놀이기구가 있다. 탑승객들이 바깥을 바라보는 원형구조물인데 마침 내 자리는 입구(?)쪽 가장 끝자리여서 놀이 기구의 작동시키는 스태프와 거의 마주보는 꼴이었다.

이곳은 Boardwalk 놀이동산, 즉 바다 근처에 세워진 놀이동산이다. 기구가 움직이기 전, 바다에서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은 적당히 따스하다. 최고의 날씨와 대조적으로 동버튼을 눌러야하는 여자 스태프의 얼굴은 최저의 상황. 그녀에겐 한없이 어두운 우울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전 주변에 감도는 설레임 때문인지 그녀의 어두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기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고 높게 빙글빙글 돌아갔고 사람들은 깔깔 웃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 가운데를 지날 때마다 어두운 표정이 눈에 띄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주르르르륵 돌아가면서 그녀 눈 앞에서 웃고 소리를 질러도 눈 하나 깜짝 않 하던 웃참의 여왕.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초현실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여자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걸까?


아니 어쩌면 평소의 나도 저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다. 아이들이 내 눈앞에서 천진난만하게 밝은 미소를 보여줘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어~ 잘하네~' 로보트같은 반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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