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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8. 2020

다양성의 나라, 미국의 (성)교육

 

[어린 시절부터 다양성에 대해 말을 건네는 솔직한 사회]

인종, 젠더 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가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 알아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유치원, 학교 교육이나 도서관 등 제3의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각 국가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도록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땅, 미국을 이해할 때 떠오르는 키워드가 몇가지가 있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넘어온 문화가 공존하는 이민자들의 나라, 종교의 자유를 꿈꾸며 이 땅에 건너 온 개척자들을 기념하며 그 어떤 가치보다 자유를 존중하는 곳, 짧은 역사이지만 민주주의를 성공시키며 이 나라를 이루는 국민들 개개인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나라. 50개의 주와 1개의 수도가 합쳐진, 엄청나게 큰 땅덩어리가 하나의 나라로 세워져가는 고작 200여년의 역사적 과정 곳곳에 "다양성"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은 미국과는 상반된 케이스이지요. 통일된 시대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1000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 작디 작은 땅에서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쌓아온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곳이지요. 개인보다는 집단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이니 '우리'라는 집단의식은 더더욱 견고했고요. 저는 20대를 넘어 처음으로 고국땅을 떠났는데요. 그제서야 우리와 동일시했던 나, 그리고 우리에 맞지 않는 타인을 가르는 이 기준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몸으로 마음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어요. 미국에 왔는데 온통 머리모양이 다르고, 눈색깔이 다르고, 체형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고, 먹는 음식이 다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었어요. 20년 넘게 찾아보기 힘들던 "나와 다름"이 세계지도에서 새끼손톱만한 우리 나라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나 흔한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코로나 시리즈에 이어서 이번에 해외특파원들이 준비한 이야기는 바로 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자로서, 부모로서, 대한민국의 뉴스를 들어주기가 너무 힘든 요즘이잖아요. 억압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인정과 존중이 없고, 비밀리에, 암암리에, 쉬쉬하며 덮으려는 와중에 커져갔던 한국사회의 상처에서 고름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고름을 짜내고 문제의 근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시리즈가 준비되었어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성)교육을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내볼께요. 


*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크리스천 Christian 이예요. 제가 대학기관에서 배웠던 진보적인 가치들(사회과학전공 ^^;;)과 기독교에서 타협하지 않는 보수적 가치들을 아우르는 작업은 항상 큰 도전이 되는데요. 더군다나 부모되기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네요. 제 코가 석자인 와중에 균형있는 글을 쓴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최선을 다해볼께요.  



1. 학교 커리큘럼을 통해 신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요.

(좌) 실물크기 종이신체: 뒷면에는 뼈와 근육, 장기들을 붙여놨는데 사진에서 안 보이네요! (중) 수업 내용들 (우) 박물관 전시


첫째는 이제 막 미국의 공립학교 유치원(Kindergarten)과정을 마쳤는데요. 이 학교는 프로젝트(한 프로젝트당 2-3개월 정도 소요)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진행되는 곳(project-based school)이예요. 작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Human Body "우리 몸 알기"였어요. 실물크기 종이신체모형 만들기, 신체 각 부분의 기능 알아보고 나만의 책 만들기, 태어났을 때와 지금의 키와 몸무게 비교하기 등등 여러가지 학습활동을 하고, 현직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계시는 학부모가 Guest Speaker로 교실에 오셔서 수업하는 시간도 있었고, 학기의 마지막에는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서 관련 전시회를 보았어요. 전시회는 화학처리를 한 실제 신체가 8구가 전시되고 그 외 여러가지 미술 활동, 인터랙티브 게임 등이 있었던 곳이였어요. 저는 참관을 못했는데, 아이들에게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으로 전시된 실제 사람의 시신을 어떻게 설명해주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저학년이라서 Human Body 프로젝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교육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커리큘럼을 통해서 어린 나이일지라도 신체를 객관적으로 배우는 경험은 미래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꾸고, 몸에 대한 호기심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객관적인 신체 용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김새가 각각 다르게 생겼음을 인지할 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2. 학교 행사를 통해 성 고정관념을 벗어나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90년대는 벌써 30년 전이라서 한국의 초등학교가 얼마나 바뀌었을지 모르겠는데요. 미국의 초등학교에는 재밌고 신나는 행사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제 아이가 유치원 Kindergarten을 다닌 지난 한해만 보아도 Halloween Parade, Harvest Festival, Winter Solstice Party, Crazy Hair Day, Twin Day, Dress-up Day, Monkey King(연극), Lunar New Year, STEM Fair 등등 큰 학교 행사가 한달에 최소 한번씩은 있을 정도로 자주 있었어요. 

(좌) 할로윈 퍼레이드 (중) Crazy Hair Day날 아트 수업: 누나가 많은 집 한 아이는 누나들의 고양이 머리띠를 하고 왔어요 (우) 연극 Monkey King


학교 행사들을 통해서 이분법적 성 역할/프레임을 좀 더 유연하게 변화시켜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할로윈 퍼레이드에서는 공주님도 있지만 슈퍼히어로 (그리고 악당 캐릭터ㅎ)가 된 여자아이들도 만날 수 있고, 크레이지 헤어 데이에서 자신의 머리를 멋드러지게 꾸밀줄 아는 남자 아이들도 볼 수 있지요. Monkey King 연극에서는 분장을 한 남자 아이들, 무술을 보여주는 여자 아이들을 볼 수 있어요. STEM Fair의 하이라이트였던 물풍선 날리기 대회에서도 미래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꿈꾸는 여자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었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학교, 학생회, 혹은 학부모회의 주최하에 행사라는 판이 깔아지면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라는 좁디 좁은 성 고정관념을 벗어나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경험하고 탐색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이 허락되었던 것 같아요.


어른이든 아이든 누가봐도 재밌고 신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아이의 행사에 참여하는 게 필수적이예요. (솔직히 조금 귀찮기도 합니다 ㅋㅋㅋㅜㅜ) 미국의 초등학교는 큰 행사부터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행사들 (견학, 아트수업, 농장수업 등등)까지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요. 아이들이 경험하는 컨텐츠의 내용과 질이 학부모의 모니터링, 그리고 직, 간접적 참여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어요. 현재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학부모들을 리소스로 활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3. Puberty Talk: 초등학교 고학년, 사춘기에 대해 배우기 시작해요.

미국에서 학교 수업을 통한 본격적인 성교육의 시작은 5학년(만 10세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해당)부터라고 합니다.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지역 교육청과 파트너를 맺은 비영리(Non-profit)단체와 협업하여 성교육이 진행되는데, 초등학교 경우 일주일간 최소 5시간의 수업이 진행(하루에 1시간)되고 단체에서 파견된 전문가가 따로 오셔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요. 중 고등학교는 2주 혹은 3주간 진행되고요.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하루 날잡고 관련 비디오를 시청했던 거 같은데, 이런 1회성 성교육보다는 할애되는 시간이나 커리큘럼이 좀 더 체계적이라고 느껴지네요. 수업이 진행되는 스케줄에 따라 학부모들에게 미리 공지가 전달되어 학급 내에서 진행되는 커리큘럼의 세부내용은 학교 오피스에서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다른 주에 비해서도 성교육이 상당히 급진적인 편이예요. 2차 성발육이 나타나는 사춘기가 시작되면 자신의 정체성, 변화하는 신체, 그리고 타인과 맺는 깊은 관계(Romatic Relationship) 등에도 호기심이 왕성해지겠지요. 사춘기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성소수자 (LGBTQQ: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and Questioning)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불편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미리 학교에 알려서 성교육 수업에서 빠질 수 있다고 해요.  


인터뷰를 해보니 미국에 거주하시는 한국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성교육에서 다뤄지는 수업내용의 수위라던지, 수업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듯 했어요. 선진국의 성교육이라고 100%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이곳도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여기 아이들 발육이 빠르고 조숙하니까 이해는 하지만,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조금 시기를 늦췄으면 더 좋았을 듯 싶어요." 

"어떤 선생님이 오는지에 따라 수업의 질과 내용이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4-5학년이 합반이니까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 수위를 조절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막상 수업이 진행되니까 초빙된 강사가 그런 점을 전혀 반영 안한 채로 수업을 진행됐다고 해요."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너무 갑자기 알게 되어 조금 당황스럽긴했어요. 근데 중학교를 보내고보니, 핸드폰 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많고 검색하면 다 알게 되잖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은 초등학교 5학년 졸업 후 중학교 진학) 적당한 수준에서 미리 성교육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해요." 

"수업 내용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뺄까 하다가, 어차피 반 친구들 통해서 다 듣게 되니까 굳이 빼지 않았어요. 오히려 애들 통해서 전해듣게 되면 더 이상하게 이해할 것 같아서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지식과 정보를 쫙쫙 빨아들이기 때문에 성교육의 수위나 수업을 받는 시기가 걱정되는 경우에는  --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아서 --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듣는 성교육 클래스를 고려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저희 동네에는 큰 대학병원의 어린이병원에서 사춘기 관련 수업을 제공(하단 사진)하고 있었어요. 원래는 오프라인 클래스였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주로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었네요. 요즘에는 유튜브/인터넷에 성교육 관련 컨텐츠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부모가 먼저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고 연령 및 상황에 맞추어 홈스쿨링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각 지역마다 큰 병원이 한개씩은 있으니 검색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진 속 아이들, 중고등학생 맞나요? -,.-a;;;;)




4. 학교 내 성소수자의 인권을 배려해요.

개인적으로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흑백논리로 말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크리스천으로서 동성애와 성전환에 대한 선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긴 힘들지만, 성소수자가 괴물도 아니고 혐오스러운 무언가도 아닌, 그저 나와 같은 사람이기에 그들의 인권도 지켜져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여학생 화장실 이용을 허락하지 않은 콜로라도 내 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승소한 성전환 학생, Coy Mathis. 소송 당시 나이 6세

미국 내 성소수자 학생들은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안일하게 청소년 즈음은 되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자각은 꽤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성전환(Transgender) 학생들은 오히려 어린 연령에서도 꽤 있는 듯 했어요. 성전환 수술까지 받는 건 아니지만 옆의 사진에서처럼 생물학적 남자아이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자 아이 옷을 입고 다니는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눈에 띄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따돌림을 당할까봐 협박을 받을까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숨기며 살다보면 한편으로 떳떳하지 못하고 자신을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어린 아이들이 내면에서 굉장히 괴로워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에휴...


지역 교육청에서는 학부모, 선생님, 교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성소수자 교육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이들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성정체성에 솔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어요. 그 중 한 가지는 보호자의 신청 하에 학생의 이름과 성별(Gender Marker)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었고요. 법적인 정보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고 지역 교육청 및 학교에서 사용되는 자료들에 한해서 성별 및 이름이 학생의 성정체성과 일치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지원책이었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적 배려의 또 하나는 제가 살고 있는 교육구에 있는 모든 중고등학교의 경우, 남여공용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요. (초등학교는 아직 논의 중)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성전환 학생의 경우에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이더라도, 여자 화장실/여자 탈의실을 가는 게 심리적으로 맞다고 느끼겠지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 생물학적으로 맞지 않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때에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화장실로 따로 보내진다고 해요 (아니면 겉모습이 여자처럼 보이지만 남학생 화장실을 이용해야겠지요). 이럴 경우, 친구들로부터 "성전환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따돌림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성소수자 학생들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시설적인 배려를 해준다고 하네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남여공용화장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데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는 아직까지 발생하진 않아보여요.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이 부분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5. 사회적 기술로서 동의(Consent)를 배워요.

첫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교장선생님이 오전 다과회(Principal's Tea)를 열어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곤 하는데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있었던 행사가 바로 성교육에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둘째 돌보느라 귀찮기도 하고 성교육을 생각하기에 첫째도 아직은 어리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ㅜㅜ!!!) 참여를 안 했어요. 이번 주제의 글을 준비하면서 정보를 얻지 못한 게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제가 받은 안내 이메일에서 이 날 강연자 소개 및 주제를 발췌해보았어요.


 It’s Not Too Early: Teaching Children of All Ages about Consent and Boundaries
by Dr. Helen Wilson at Stanford University

This presentation will focus on how to teach children, from age 0 and beyond, about affirmative consent, boundaries in close relationships, and respect for one's own and others' bodies. We will reflect on what makes this topic difficult for parents, will discuss tips for talking about and modeling consensual relationships, and will review norms of sexual interest and exploration in young children. Parents will come away with specific strategies and talking tips to use at home.

 

Consent라는 것은 "동의"를 뜻하는데 제가 강연에 직접 참석을 못해서 인터넷에서 동의와 관련된 미국 성교육 자료들을 찾아보았어요. "동의"라는 것이 성관계, 신체적 접촉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필요한 사회적 기술로서 어렸을 때부터 준비시켜줘야한다는 주장이 몇몇 눈에 띄었어요. 위의 발췌문에서도 from age 0 and beyond로 강조하고 있지요. 사회적 기술로서 "적극적 동의 (Affirmative Consent)"의 필요성에 꽤 공감이 가요. 이 개념은 2014년 제리 브라운 주지사에 의해 캘리포니아 법안 --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교의 성폭력, 성추행 케이스를 처리하는 데에 적용 -- 발의되기도 하였어요. 이 법에서 말하는 적극적 동의는 다음과 같아요.


- 항의나 저항이 없었다고 동의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 침묵 또한 동의를 뜻하지 않는다. 

- 적극적인 동의는 성적 행동 전체를 통해 지속되어야 한다. 

- 동의는 언제라도 중간에 철회될 수 있다.


아, 이건 좀 멋있는 거 같은데요. 캘리포니아부심 뿜뿜! (한편으로는 이러한 법안이 반!드!시! 세워져야할 정도로 미국 대학 내의 Hookup Culture (원나잇?), 이에 따른 성폭력, 성추행 사례가 아주 빈번하다는 게 마음 아프기도 하고요.) 사회구성원 모두가 어릴 때부터 이런 "적극적 동의"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키워나간다면 이것이 나중에 성폭력, 성추행에 대한 방어기제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아요. 상호작용에 있어서 자기결정권을 지키는, 그리고 타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꼭 성관계에서만 할수 있는 건 아니니까, 가정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동의"를 잘 이해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요? 







이번 글을 마무리하며

결혼과 살림도 그렇고, 출산과 육아도 그렇고, 말로만 배우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게 되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상당히 달랐는데요. 비슷한 맥락에서 제 아이들이 사춘기(뜨아!!)를 맞이하면서, 성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직접적으로 성교육의 컨텐츠에 노출되면서, 제가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과 경험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무쪼록 중요한 기준과 가치는 흔들리지 않지만, 우물 안 개구리같은 편협한 사고를 벗어나서 열린 마음으로 항상 배우는 겸손한 부모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부디 미국도, 한국도 (그리고 전 세계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펼쳐주기를...... :)     




 

*제가 썼던 예전 글들 중, 미국이 포용하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관련글 2개도 첨부해보아요 :D 


미국은 한국에 비해 다문화에 대한 포용력은 꽤 높지만 인종갈등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골치아픈 사회적 문제예요. 불과 2달전 5월 25일에 비무장.비저항 상태의 흑인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과잉진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인종차별(Racism),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에 환멸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자택 대기령에도 불구하고 거리 밖으로 쏟아져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저는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여할 여건이 허락하지 않기에 서로의 다름을 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이야기 책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어요. 다양성에 대한 여름방학 추천도서 고고!




미국은 불편함/장애(Disabilities)라는 개념이 신체능력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 사회성, 인지 능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있다는 것을 (적어도 한국에 비해서) 잘 인지하고 있는 데요.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실제적으로 포용하는지 보기위해 근처 놀이터(Inclusive Play)를 탐방한 글을 썼었어요. 모두를 위한 놀이터, 매지컬 브릿지 놀이터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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