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아빠 [인생책쓰기 12-우리 아빠는]

옴니버스 인생책쓰기 시리즈 - 출판사 인생이변하는서점

by 나연구소 우경하

일찍 하늘의 별이 된 우리 아빠

아빠와 나는 정이 많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시대 우리의 문화와 유교 사상이 강한 안동이라는 지역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과의 대화가 많지 않아서 대화가 많고 화목해 보이는 집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마음속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못 배운 게 커서도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는 표현을 잘 못했고 내성적이고 소심했다.

아빠는 왠지 같이 있으면 어렵고 불편한 존재였다. 그랬기에 나는 아이를 낳으면 친구 같은 아빠,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사람 좋고 친구를 좋아했던 아빠

우리 집은 내가 어려서부터 농약 장사를 했다.

사람 좋고 친구를 좋아했던 아빠 덕분에 우리 집 안방에는 늘 동네 아저씨들이 많이 왔고 1주일에 3~4번은 모여서 고스톱을 쳤다. 학교에 다녀와서 주방에서 밥을 먹는데 담배 연기 때문에 눈 따갑고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집에서 잔치 같은 행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았고 사물놀이하는 사람들도 왔다. 오래돼서 그때의 상황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장구채가 어디 있냐고 아빠가 나에게 물었던 것 같고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하니, 아빠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머리를 때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아빠가 싫어졌고 마음의 문을 닫았던 것 같다.



20살, 아빠의 죽음

내 나이 20살, 대학교 1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평소에 아픈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놀랐다. 병명은 위암이었다. 아마도 음식을 맵고 짜게 먹는 안동의 식습관과 술, 담배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이 발견되고 1년도 채 안 되어서 돌아가셨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는데 안동에서는 수술이 힘들어서 서울 고대병원에서 수술을 했다고 했다. 낯선 곳에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을 아빠와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했다.

아빠는 수술 후 다시 안동병원으로 왔다. 학교에 있는데 엄마가 전화가 왔다.

"야야, 아빠가 상태가 많이 안 좋으니 병원에 들렀다 가라."

병실에서 본 아빠의 모습은 머리가 빠져서 모자를 쓰고 있었고 얼굴이 검었다. 철없던 시절이어서 그 상황이 매우 불편했고 무서웠다.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는 얼마 뒤에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고 장례를 치렀다.



상주가 된 스무 살

상주가 되어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했다. 그 상황도 처음 겪는 일이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엄마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울었고 할머니도 아빠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혼자서 장사와 농사일을 씩씩하게 해냈다. 그 당시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지 못했고 정신적으로도 엄마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한 게 두고두고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다.

아빠 나이 48세, 엄마 나이 44세였으니 매우 젊은 나이었다. 그 나이에 혼자 되어 자식 3명을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그때의 나는 무뚝뚝했고 어렸고 세상을 몰랐다. 주변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다. 학교를 마치고 1년 정도 있다가 군대에 갔고, 이후 서울로 올라왔으니 엄마는 많은 시간을 홀로 견뎌내었다.

그 당시 병원에 갔을 때, 죽음 앞에서 두려웠을 아빠의 손 한번 따뜻하게 못 잡아주고, 병간호에 지치고 힘든 엄마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못 건넨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매년 명절에 산소에 가고 제사를 지낸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아빠를 본다. 시간이 최고의 약이듯이 세월이 흘러, 원망의 마음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모든 일에 음과 양이 있듯이 일찍 아빠가 돌아간 일로 나는 책임감과 독립성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 죄가 깊으면 은혜도 깊다는 말처럼 내가 불편함과 속앓이를 많이 경험했기에 누군가의 힘들고 아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력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20년밖에 함께 하지 못한 짧은 인연에 아쉬움을 전하고 나를 낳아준 아빠와 엄마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옴니버스 인생책쓰기 시리즈] 1~15편 출판 완료

1편: 내 삶의 좌우명

2편: 내 삶을 바꾼 책

3편: 내 삶의 산전수전

4편: 내 삶의 귀인

5편: 내 삶의 감사일기

6편: 내 삶을 바꾼 질문

7편: 내 삶을 바꾼 습관

8편: 내 삶의 터닝포인트

9편: 내 삶의 버킷리스트

10편: 내 삶의 건강 비결

11편: 우리 엄마는

12편: 우리 아빠는

13편: 우리 가족은

14편: 추억의 어린 시절

15편: 내가 살던 고향은



16편: 잊지 못할 그때 그 여행 (모집 중)

� 전체 시리즈 및 참여 안내: https://blog.naver.com/dancewoo/22414173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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