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갯벌에 들다

by 김선애

5월의 오후, 전북 군산 수라갯벌 근처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였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 주최한 ‘수라갯벌에 들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었다. 그날은 활동가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모였다.


수라는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갯벌이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님은 우리 참가자들을 안내하며 수라갯벌의 생태계를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다. 수라갯벌에는 다채로운 생명이 살고 있었다. 곳곳에 보이는 게집, 물에 뜬 채 가벼이 이동하는 자그만 거미, 풀잎에 고요히 앉은 조그만 달팽이….


세찬 바닷바람 속에서도 새들은 날고 노래했다. 갯벌 모래에선 좀도요들이 쉬고 있었다. 한 참가자분이 망원경을 빌려주셔서 그 작은 도요새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좀도요는 특히 서해안에 많이 찾아오는 철새인데, 갯벌과 습지가 난개발로 많이 사라지면서 좀도요의 수도 줄었다니 안타깝다. 그래도 그날 수라갯벌에서는 좀도요 떼를 볼 수 있었다.


수라갯벌은 철새들이 중간에 쉬어가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흰목물떼새를 포함해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이곳에 산다.


수라에는 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춤추는 갈대가 아름다웠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 한 참가자분이 말씀하셨다. “가을엔 갈대가 2미터까지 자라서 이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갈대밭 중간에 가끔 편편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고라니 호텔’이라고 하셨다. 고라니가 하룻밤 자고 간 흔적인데, 이곳엔 고라니도 많이 산단다.


갯벌에는 퉁퉁마디 등 습지식물이 많았다. 밝은 연둣빛, 붉은빛 줄기가 아름답다. 고니의 먹이인 좀매자기도 자라고 있었다. 오동필 단장님은 설명하셨다. “수라의 식생은 계속 변하고 있어요. 작년엔 해홍나물이 많이 자랐는데, 이제는 퉁퉁마디가 늘어나고 있어요.”


정부는 수라가 간척사업으로 “육화”돼 풀(갈대)밖에 없다며, 이곳에 새만금신공항을 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고 바닷물이 찰랑이는 갯벌에 들었다. 물속으로 부드러운 모래에 발이 폭폭 빠졌다. 갈대밭도 직접 보면 아래에 바닷물이 차 있었다. 갯벌에 들어 자세히 보니 염생식물 군락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많은 동물이 있었다.


거친 바람 불고 때로 비가 흩뿌리는 그날도 갯벌을 살리려고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활동가분들이 존경스러웠다. 한 참가자분은 우리 모두에게 맛난 떡과 토마토를 나눠주셨다. 또 다른 참가자분은 뚜벅이 여행자인 나를 갯벌에서 숙소까지 차로 태워주셨다. 추운 날이었지만 다정한 참가자분들 덕분에 마음은 따스했다.


수라갯벌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 보였다. 수요가 없어 매년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고 있는 공항이다. 새만금신공항을 짓는다면 기존의 군산공항처럼 만성적자를 낼 것이다.


또 하나의 공항을 지으려고 수라갯벌을 매립한다면, 머나먼 뉴질랜드에서 수라로 날아온 철새들은 어디서 쉴 수 있을까? 수라에 사는 버드나무와 색색의 식물들,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그 생명들과 그 속에 깃든 수많은 생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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