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강에는 모래밭이 많았고 사람들은 한강에서 물놀이를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의 책 『한강, 1968』은 한강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1968년부터 본격적 개발로 한강이 어떻게 급변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지금 한강 폭은 1km 정도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 한강의 수면 폭은 200~300m 정도였고 강가에는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19세기 후반 한강을 답사한 영국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한강의 모래를 파내 모래밭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굽이쳐 흐르던 강의 모양을 인공적으로 직선으로 만들고, 원래 강이 흐르던 곳을 매립해 그 위에 아파트를 지었다. 1968년 밤섬 폭파를 시작으로 서울시는 한강에 있던 여러 섬을 없앴고, 1970년까지 강변마다 도로가 생기면서 전처럼 쉽게 걸어서 한강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41쪽).
고등학생 시절, 나는 학교를 빠져나가 집 근처 한강가를 배회하곤 했다. 반포대교 근처에서부터 한강 둔치를 걷다 강가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기도 했다. 물론 강물에 발을 담글 수는 없었다. 강가에 콘크리트로 공사를 해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한강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강이 되었기 때문이다(384쪽).
반포에서도 원래는 동네와 한강 사이에 있던 모래를 한강을 개발하며 엄청나게 파냈다. 1960년대 후반 반포 근처에서 평소 물이 흐르는 폭은 약 400m였는데, 한강 개발로 1980년대 후반 이 폭은 두 배로 늘어난다(241쪽). 책에 실린 1950년대 후반 반포 사진 속 드넓은 모래밭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백사장을 그대로 두었다면? 어쩌면 맨발로 보드라운 모래밭을 걸으며, 방황하던 청소년은 위로받고 다시 힘이 났을지도 모른다. 흔들리던 마음이 좀 더 평화로워졌을지도 모른다.
1970~80년대 미사리부터 난지도까지 한강에서는 준설과 매립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면적의 약 700배에 달하는 모래사장이 사라졌다(383쪽). 모래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모래가 사라지면서 수질도 나빠졌다.
저자는 2024년 발효된 유럽연합의 자연복원법 등을 예로 들며, 개발로 자연적 모습을 잃고 망가진 강을 복원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372쪽). 원래는 빛나는 모래밭이 펼쳐지고 사람들이 쉽게 강으로 가 수영도 할 수 있던 깨끗했던 한강은 사람과 분리된 강이 되었다. 사람이 가기도 힘들고, 물에 들어갈 수도 없는 강으로 변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강 모래사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강에 편하게 올 수 있게, 1970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우리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한강을 자연스러운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강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강에 모래를 공급하면 강은 차츰 모래밭을 되찾지 않을까? 한강이 자유롭게 흐르는 강으로 돌아온다면, 강과 분리되었던 사람들은 다시 깨끗해진 물과 아름다운 모래밭에서 강과 이어져 있음을 느끼지 않을까? 햇살 속에 맨발로 백사장을 산책하고 강물에서 물장구치며 누구나 넉넉한 그 품에 안겨 쉴 수 있는 금빛 모래의 강을 그려본다.
참고문헌
김원, 『한강, 1968』, 혜화1117,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