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동네 영화관에서 김현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았다.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을 사회에 돌려준 김장하 선생님의 삶이 감동적이었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가난해 중학교 졸업 후 진학하지 못하고 한약방에서 일했고, 이후 남성당한약방을 여셨다.
처방약이 싸고도 효험이 있어 많은 환자가 선생님의 한약방을 찾았다. 선생님은 그 많은 돈을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벌었으니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 사회에 환원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돈은 똥과 같아서 쌓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밭에 고루 뿌리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지만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며, 가진 것을 수많은 사람과 나누신 선생님의 삶이 마음을 움직였다. 선생님은 명신고를 세워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지역 신문, 여성 인권, 예술, 생태 보전, 평등한 사회를 위한 운동 등 참으로 다양한 방면에 후원하셨다.
김현지 감독이 꿈을 물었을 때, 김장하 선생님은 “대학교수쯤?” 하고 대답하셨다. 교수였다면 인자하게 학생들을 가르치셨을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은 한약사로 일하다 은퇴하셨으니, 처음엔 ‘꿈을 이루지 못하신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선생님의 후원을 받은 장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선생님을 찾아뵙는 것을 떠올리니, 정규수업이 아니라 삶으로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셨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를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며, 어쩌면 대학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도우며, 그분들의 삶에 깊고 따스한 영향을 미치신 것 같다.
우리가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돈뿐만이 아니다. 밝은 웃음, 다정한 말 몇 마디, 친절한 행동도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약방이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선생님의 한약방을 찾는 손님도 줄어들었다. 어느 날,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 청년이 선생님께 돈을 빌리러 왔다. 선생님은 청년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더니, 한약방 사정이 어려워 도움을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그래도 용기 내어 열심히 살아보라고 격려하셨단다. 선생님의 따듯한 격려에 돈보다 더 큰 힘을 얻은 청년은 요리사가 되었다.
시간, 에너지, 재능, 그 무엇이든 우리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면 누군가의 하루가 환해질지도 모른다. 만일 돈이든 물건이든 정말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필요한 주위 사람들에게 주거나 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받은 사람은 행복할 것이고, 나눈 사람도 나눔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주는 것은 행복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