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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May 15. 2017

변화, 변화, 변화

  3월에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이 직장에서 일한 지 일 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마음을 쏟아 일했지만 어쩐지 내 삶은 반짝이지 않았다. 무언가 정체된 느낌. 변화가 필요한 때였다. 그래서 나는 같은 곳에 프리랜서로 오후에만 출근하기로 했다.

  그 뒤로 나는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산책길에 흰 토끼를 만났다. 토끼는 언덕에서 배춧잎을 먹다가 깡충깡충 뛰어갔다.

  가지마다 봄이 움트고 있다. 잿빛 가지에서 싱그러운 연둣빛 잎이 돋아나는 나무가 마음을 움직인다. 목련과 겨자색 생강나무꽃은 이미 활짝 피었고, 나는 하얀 진달래가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들이 V자 대열로 날아가고 있다. 

  모두가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무언가 하나를 원한다면 때로는 다른 것을 놓아야만 한다. 나는 더 많은 자유를 선택했기에 더 적은 보수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내 삶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돈을 더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을 놓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다. 더 많은 돈을 위해 일하면서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동생과 함께 대전을 여행했다. 우리는 수목원을 느리게 걸었다. 그날 동생은 몸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연못가에서 귤을 나눠 먹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는 동생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삶의 매 순간이 이렇게 한 번인 것을. 여행을 할 때면 삶의 유한성이 더 또렷이 와 닿는다. 

  우리는 수목원에서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봄바람과 따스한 햇살 속에서 개천을 따라 달렸다.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손잡이를 놓고 있던 동생은 모든 긴장을 놓고 자유로움을 만끽했고, 그것을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대는 삶이 만족스러운지?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모두가 행복을 원한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저 남자도, 큰길가에서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돌리고 있던 여자도,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자신이 아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길을 잃고 행복은 멀게만 느껴진다.

  물질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 사회에는 행복하려면 더 큰 집, 비싼 차, 최신 휴대전화처럼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어느 정도의 소유는 우리의 기본적인 편안에 필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고 쓴다고 행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삶에서는 원하는 것을 갖자마자 불만족하게 되고 더 많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멈추려면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언제 무엇을 할 때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 단지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삶은 미루기엔 너무 짧고 가두기엔 너무 광활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은 한계 너머 나아갈 수 있다.

  비록 일상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나는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더 누리게 된 덕분에 더 많이 웃게 되었다. 나는 더 많이 걷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 삶에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은 그 변화의 기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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