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해 둔 글들을 꺼내 보다가
연말 인사를 나누는 요즘이다. 12월 마지막 주.
잘 지내시죠? /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잘 지내시나요?/ 연말 따뜻하게 보내고 계시지요? 등등의 인사들을 주고받는데, 내가 받는 쪽이 되면 가끔 답을 할 때 조금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은 "네, 잘 지냅니다. oo님도 잘 지내시죠? 마지막으로 뵈었던 게 4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2월이라니 시간이 참 빨라요. 남은 며칠도 잘 마무리하시고 가족분들과 따뜻한 새해 맞이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하거나, "네 잘 지냅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oo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연말이라 여기저기 인사 챙기느라 신경 쓰실 일이 많으실 텐데 저한테까지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앞서 언급했던 고민은 바로 상대가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라는 인사를 했을 때 생긴다.
정말로 내가 하루 종일 무얼 하며 지내는지 묻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How are you? 개념인 건지. 물론 후자라고 생각하는데도 대답을 하자면 어색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나는 뚜렷하게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살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니까,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어렵다. 그냥 웃으면서 "건강 돌보면서 쉬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하면 될걸. 그 말이 어렵다. 그게 내 삶이 가치가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강연을 TV로 들었다. 가치 있는 삶은 세속적인 성공을 좇아 부를 축적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는 삶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늘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은 하는데, 언제 내 삶에서 좀 더 그 마음을 실천하는 날이 올는지. 그럼 조금은 편해질까.
12/29/2022
나는 이제 전엔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마음들을 조금씩 키워가면서 아주 작지만 실천도 하면서 지낸다. 그렇다고 갑자기 내 삶이 가치 있어졌다고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마냥 편하고 쉬워진 것도 아니지만. 어두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재촉하지 않고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이 있어서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다.
12/16/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