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나보다

내가 코스튬해서 만들어지는 사람이 아니기에

어쩌다 만나게 된 인연, 그리고 시절따라 그렇게 지나가는

인연은 그냥 그런 것이다.

나의 잘못이 아니다.

지난 인연이 그렇다.


지나간 인연을 아직도 마음속에 떠올리고,

마지막에 쌍욕이라도 퍼부어 아주 짓밟아버릴걸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냥 지금 내 마음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분풀이를 할 곳이 필요한데

내 마음속 가장 분하고, 약한고리가

그 전남친놈의 새끼이기 때문에

그런 것 뿐이지 않나 싶다.


난 힘들때 충동적으로 뭔가 내가 더 힘든 선택들을 한다.

나 자신에게 자비로울 필요가 있다는 상담사님의 말처럼.


여러번 나에게 하신 말이

수덕씨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만 알면

거기서 어떻게 나아갈지는 너무 잘 알고

너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힘들때 어떻게 하지? 라는 질문이 중요하기보단,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만 잘 살펴보면 좋을거라고.


오늘은 참 많은 위로와 칭찬을 받았다.




상반기를 정말 너무 열심히 잘 살아냈는데

그에 따른 이렇다할만한 성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는 것 때문에

(돈이 정말 잘 벌렸다거나, 정말 좋은 인연이 만나졌다거나)

나는 스스로 여행을 가는 것도 사치이고,

나에게 사주고 싶었던 물건들을 사주는 것또한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진짜 VOD영상만 끝나면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제주도에 가서 실컷 수영하고 하루종일 바다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그렇게 놀자고 했는데

아무것도 스스로에게 해주지 않고서는

대뜸 춤학원에 프리패스를 등록해서

월,화,수,목,금 (주 5일 하루 3시간씩 수업듣다가 죽겠어서)

금요일 하루만 줄이고

월,화,수,목 주4일을 수업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화,목에 듣는 수업은

영상 프로젝트라서 한주도 절대 빠질 수 없이 아주 열심히

군무를 맞추고, 연습을 해야한다.

그래서 마음 편히 1-2주 푸욱 제주에 다녀오지도 못한다.


9월초까지 그래야한다.

9월초면 바닷물은 차가워진다.

그토록 여름을 기다리고 수영을 좋아하는 내가

막상 여름이 오고 수영을 실컷 할 수 있는 때가 오니


'너 지금 돈도 제대로 못 벌면서

이 상태로 제주도에 가면

계속 돈을 못 번다는 자괴감에

어차피 편하게 쉬지도 못 하니

그냥 서울에 남아 더 콘텐츠로 돈이 되는

방법이나 연구하렴'

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고보니

정말 잔인하고 못된 인간이구만..

왜 나는 나에게 이토록 야박할까?


예상치않게 상담을 받는 동안 오랫만에

손수건 하나가 눈물 콧물로 절여질만큼

서럽게 울었다.

손수건이 묵직해졌다.

내가 짊어져온 부담감의 무게 같았다.


보통 나의 눈물은 분노와 화에서 나와지는데

오늘은 평소 잘 보지 못 한 서러움의 눈물인 것 같다며.

지금 충분히 쉬어도 되고, 쉬어야할 시간에

스스로 여행을 선물해도 될텐데

그러지 못 하는 게 안타깝다는 듯이

참 따듯한 위로의 말들을 전하셨다.




나같아도 그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올해 상반기에 수덕씨가 겪은 일은 정말 아팠고,

억울했고,

힘들었을텐데

그걸 감정적으로나 충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정말 나이스하게 존엄을 지키면서


그런 이별뒤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을 수 있는데

그 와중에 VOD까지 찍느라

정말 마음이 많이 애썼을 거라고.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잘 체화시켜오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셨다.


아휴 이런 칭찬은 녹음해놓고 자존감 떨어질 때

두고두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깜빡했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상담이 끝나자마자 글을 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좀 자비로워도 된다.



한국인은 겁나 똑똑한데 그걸 정말

삶을 풍요롭게 즐기는데 쓰지 못하고

자신은 아직 부족하기에 더 성장해야한다며

채찍질해대는

헛똑똑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거진의 이전글혼자인걸 못 견뎌 함께이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