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를 쓰는 노인이 된다면

어느덧 63살이 된 엄마와

30살이 된 내가

얘기를 나누며 생각했다.


95세를 먹도록 건강한 할머니의 모습이

실제로 정말 그녀를 위한건가

잘 모르겠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

홀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야하는

그 노인의 모습이 말이다.

누웠다 밥을 먹었다 그냥 앉아서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가끔 TV를 보다가 다시 누웠다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하루


그저 "지겹다 힘들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 하루하루의 반복..


나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가?

어떻게 늙어야하는가?

생각해본다.


노인이 되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삶은

잘 살아온 삶일까?


우리 할머니는 국민학교도 나오지 못 하고

17살에 시집가 아이 일곱 낳고

술만 마시면 자신을 때리는 남편과

늘 멍청하다 구박하는 시어머니 밑에서

하루하루 눈물이 마를날 없이 지내다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되었지만


나는 이제

가난이란 이유가,

여자라는 이유가,

아시아 인종이란 이유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만큼

짓누르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젊으니까

어리니까

외모가 반반하니까

그런 이유들을 대며

대충 실수하고 함부로 살아선 안 되는 것이다.


나도 늙고 아플 것이다.

깨어있지 않은 채

나이먹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일 것이다.

시간은 정말 덧없이 흐를 것이다.


늙고 아파도 내게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더이상 내가 기운내어 밖을 나갈 수 없을 때에

굳이 몸을 일으켜 귀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삶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온 시간들을 녹인다면,


지금 이 글처럼

길고긴 장황한 말이 필요없이


몇마디 말 속에 그 뜻이 담긴

시를 쓸 수 있다면,

나는 삶을 잘 살아온 것일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95세 꽃다운 그녀, 홍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