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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혼 하나를 하늘로 보내며

삶을 예술처럼, 하는 일이 곧 작품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우면서 문득 한 친구가 떠올랐다.

작년에 그 소식을 듣고 하룻 저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


전라도 농촌지역이었고, 여느 시골집이 그렇듯 친구의 집 앞을 지나는 도로는 농로였기에

당연히 과속을 방지할 어떤 장치도 없었고,

많은 시골분들이 그렇듯 그 친구를 치었던 차 안의 누군가는 아침 농삿일을 나가기 위해 생각없이 빨리 달리고 있었으리라.


나와 직접적으로 알고 있었던 친구는 아니었다.

언니가 시골에 살며 농사짓는 청년농부들의 과일,채소를 받아 음료를 만드는 카페 주인이어서

이름만 들었던 청년농부였다.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친구였는데 언니에게 복분자, 마 를 납품했다고 한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는 날이면 꼭 언니가 하는 카페에 들렀다 가곤 했었단다.


오늘 밤 문득 시든 화분에 분무기로 물을 주다가

훅 끼쳐온 흙냄새를 맡고

20년을 살아온 자연의 향기와 향수가 같이 훅 끼쳐왔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자연의 흐름과 아름다움에 깨어있는 감성..


절대 모를것이다.

편리한 도시문명, 완전식품, 아스팔트도로 위에 태어나서 살아온 친구들은 정말 모를 그런 감성이 나에겐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친구들에게 있다는 것.

유난히 마음속에 소중하게 느껴지는 친구들이 있다.

스스로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한 또래 청년들.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데 일반사람들은 그런 이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선택.

스스로 자신이 가진 욕망과 색깔을 알고

난 도시에서 사는게 안 맞구나. 그럼 시골에서 살자.



라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선택.


마치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해서가 아니라

느린 삶,

비폭력적인 삶,

많이 소유하지 않는 삶,

자연의 속도에 맞춰사는 삶을 선택한 친구들이

더 예술같은 삶을 산다고 느낀다. 그런 일상이 예술이고, 농작물이 작품아닐까?


난 욕심이 많아 그런 삶을 선택할 용기도 지혜도 없는데

스스로 자신이 가진 욕망과 삶의 속도가 거창하지도, 빠르지도 않아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한 친구들이 너무 대견하고, 멋지고, 존경스럽다.



가난 자체가 문제는 아니리라.

시골에 사는 농사꾼 분들이 액수로 놓고 보면 얼마나 돈이 있을까?

하지만 자급자족이 되기에 그닥 큰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난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참 괜찮은 삶이다.

삶의 속도가 느린 사람, 눈치보고 경쟁하며 사는게 도저히 맞지 않는 사람은 진지하게

본인에게 맞는 곳이 도시가 아닐 수 있음을, 시골에 가서 살면 본인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질 수도 있음을 알면 좋겠다. 그런 선택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분들은 그게 불편하기 보단 정말 스스로 편안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농사라는 직업이 세상에 없어선 안되듯이

그런 친구들도 세상에 없어선 안될 존재라고 늘 생각해왔다.

지켜지지 못 하는 영역,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영역에 있어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쓴 글을 뒤져보니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딱 10월 이맘때였다.


오늘은 그 친구 생각이 문득 나서 한참동안 눈물이 나는 걸 가만히 흘리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세상엔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영혼들이 있다는 것.

그것들이 도시의 네온사인처럼 눈이 찌푸려지게 밝게 빛나진 않지만

호롱불처럼, 반딧불이처럼 빛나고 있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계속 빛을 내고, 세상에 존재해야할 부분이라는 것.

오늘은 그 작은 영혼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



예술은 그런 것 같다.

뭔가 대단하고 고상한게 아니라..

빠르게 지나치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것들을 다시 밝히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러니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ps.인생 슬럼프다, 삶이 무감각하다 하시는 분들께

꼭 농사일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일주일만이라도 살아숨쉬는 흙을 밟고,

땀흘려 자연과 함께 호흡해보면

살아있음을 안 느낄수가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내년에도 해외노동자분들이 들어오지 못해 시골 일손이 많이 부족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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