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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늘보 Oct 04. 2023

호흡하세요.

“숨 쉬세요!”


무용 선생님이나 피아노 선생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무용을 하거나 피아노를 칠 때 계속 까먹는 것. 바로 호흡이다. 춤추거나 연주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숨을 안 쉬거나, ‘대충’ 아무 때나 쉬게 된다. 선생님이 숨을 쉬라고 하시는 건 그냥 숨만 쉬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숨을 쉬란 소리다.


현대무용은 이완과 수축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현대무용 기초 수업에서는 언제나 이완과 수축을 진자운동 하듯이 반복하는 훈련을 한다. 모든 동작의 기반에는 이완과 수축의 원리가 있고, 이완과 수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숨을 내쉬면서 몸을 이완하고, 들이쉬면서 수축한다. 점프할 때는 호흡을 들이마셔야 하고, 바닥으로 무너질 때는 내쉬어야 한다.


호흡 없이는 아무리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도 어딘지 모르게 작위적인 느낌이 난다. 내 몸은 호흡이 통하는 통로라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언제 숨을 쉬어야 할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은 악기 연주에서도 중요하다. ‘프레이징’이란 음악의 호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락을 어디서 끊어서 어디까지를 ‘한 호흡’으로 갈 것이냐 정하는 것이 곧 프레이징이다. 프로 연주자들에게는 음악을 표현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악보에서 다양한 기호를 통해 호흡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연주자마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프레이징을 결정한다.


음악도 이완과 수축의 예술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음이 상승할 때 긴장(수축)이 고조되고, 음이 하강하면서 이완한다. 음악의 기승전결은 이완과 수축의 원리로 작동한다. 음악 선생님들은 '노래하듯 연주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는 곧 노래하는 사람처럼 '호흡하면서' 연주하라는 뜻일 것이다.  


호흡에 따라 춤과 음악의 질감이 완전히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디서 끊는지에 따라 어투가 달라지는 것처럼. 글을 쓸 때 단락을 어디서 끊느냐가 글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처럼.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춤이나 연주는 기계적이고 부자연스럽다. 춤이든 음악이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호흡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흥미롭다. 호흡하지 않는 인간은 없겠지만, 무엇을 통해서든 인간의 소통은 언제나 살아있는 숨과 함께하나 보다.



*인스타툰 ver. - https://brunch.co.kr/@dancingneulbo/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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