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테이프의 흔적
나는 내 마음속의 불이 꺼지는 소리를 들었다. 단순히 전기의 정전이 아니라, 준비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끊어진 듯한... 그것은 무너짐이었다. 아버지의 새로운 시작,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간 시간, 이 모든 열정과 꿈을 누군가가 잘라냈다. 최근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새로운 시작과 준비로 꽤 분주했다. 나는 꾸준히 배웠던 취미발레를 약 일 주간 출석하지 못할 정도였고, 수면패턴은 다시 들쑥날쑥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하나에 몰입을 하게 되면,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게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라 얘기하지만 가끔은 피곤할 때도 있다. 게다가 한번 마음을 잡게 되면 거대한 대양처럼 확 휩쓸고 갈만한 에너지를 어디에선가 가져온다. 그것은 영감일 때도, 때로는 나의 직감이자 오감 능력을 발휘할 때, 그만한 추진력이 나타난다. 마지막 공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우리는 점검을 하고 확인했다. 강의실과 복도 그리고 탕비실과 원장실까지 면적을 측정하고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교육청에 신고를 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 사항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교습소에 들어갔다.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이 잘 되었고, 불도 잘 들어왔으며, 간판은 오후 1시 이후로 다시 한번 와서 마지막 포인트 작업까지 마무리를 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다 잘 끝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사건이 일어났다. 자동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원은 차단되었고, 간판의 불도 꺼졌다. 차단기가 다 내려갔으며 모든 게 다 정지가 되었다. 간판을 달고 나서 불과 1~2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다급하게 우리는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저희 교습소가 불이... 간판 불이... 전기가 다 나갔어요."
인테리어 사장님은 놀라셔서 "지금 작업 중이라 곧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그럴 일이 없을 텐데요. 얼른 가볼게요!" 답변을 해주셨다. 게다가 이 전기차단의 근원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사이에 우리들을 지켜보는 두 명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아파트 상가관리소 소장부터 시작해서 간판업자, 전기업자, 인테리어 시공 대표님까지 모든 업체들이 다 총출동했다. 전기가 갑자기 차단된 원인 파악부터 근원지가 어디에서부터 작업이 잘못되었는지 모두가 놀란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조금 이상한 직감이 들어 남편에게 얘기했다.
"누가 일부러 끊어놓은 거 마냥 갑자기 되지를 않잖아. 진짜 이상해" 남편은 왜 이상한 소리를 하냐고 타박을 했다. 빨리 지하 EPS실부터 뭐가 문제인지 보자며, 아파트 소장과 인테리어 시공 대표님과 그 외 전기업체 사장님, 입주청소 사장님까지 놀란 눈치였다. 밑에서 전기의 신호를 쏴주지를 않는다. 우리 쪽은 전기가 다 원활하게 흐르고 있었고 이상이 없었다. 차단기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오래되었으니 우리 책임이라며 아파트 소장은 책임전가를 하기 시작했다. 건물주, 임대인, 임차인이 알아서 다 해결하라는 이야기밖에 돌아오는 게 없었다. 결국 이 문제 상황이 해결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소장은 한전에 전화를 하는 액션을 취하며 조금은 우리들의 눈치를 보며 원인을 찾는 시늉을 하였다.
그 사이에 큰 애는 태권도 학원에서 간신히 남편을 통해 하원을 했고, 결국 다른 어머님이 친구들과 함께 맡아주셨다. 나는 둘째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좋았으나,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한 장의 이상한 사진이 왔다. 결국 교습소를 시공해서 맡아주신 전기업체 사장님이 EPS실에 들어가, 우리 호수에 있는 박스를 뜯어보니 전선이 일부러 잘라져 있었으며 그것을 절연테이프로 아주 깔끔하게 마감한 흔적까지 보인다며... 그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며 이것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상황 같다며... 전기를 만질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 일을, 이 작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없다며 놀라셨다. 그리고 cctv를 봐도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진행이 된 작업이라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아버지의 교습소 간판이 올라가고 난 뒤에 불과 2시간 이내로 일어난 일이다. 누군가가 계속 이쪽을 예의주시하며 감시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주하게 정신없어하던 그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 역추적하며 계속 지켜보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나는 남편에게 그 사람들 같다며, 이것은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며, 누군가가 사주하고 전기를 만질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이 작업이 마쳐졌으며, 감히 아파트 상가 EPS실까지 몰래 들어가 과감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결국 이 사건은 수사과로 배정이 되었으며 나는 분노에 찼지만 무기력하게 이 상황을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과연 나의 직감과 촉이 맞았는지 나는 검색 끝에 역추적하여, 마치 내가 수사팀장처럼 나 혼자만의 소설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상상과 나의 예감이, 직감이 대부분 맞을 때가 많았다. 나는 또 속앓이를 했다.
도대체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내가 문제인가?' '내가 살면서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하였는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서웠다.
전선을 자른 범인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일을 실행했는가. 신에게 묻고 싶다.
나는 지금, 그 절연테이프 위에 내 글을 쓰려한다. 신이 있다면, 왜 이 전선을 자르게 했는지.
혹시 그 신이 내 안의 숨겨진 분노를 깨워, 나를 악마로 만들기 위해, 복종하기 위해 이 일을 만든 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을 쓰게 하려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