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곳을 떠나 극락왕생하소서
2022년 10월 29일, 한국에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입동이 오던 달이었다.
차디찬 계절과 함께 다가온,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비극이었다.
우연히 노트에 메모를 한 글귀와 그림을 보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기록하던 꿈 이야기였다.
나는 강렬한 꿈을 꾸거나 때로는 영적인 꿈을 꾸고 나면 최대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꿈을 꿨던 날은 한참 전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저장일을 살펴보니 2022년 12월 30일.
10월에 일어난 사고지만 그 시기는 제법 쌀쌀하고 추웠다.
이태원 참사 이후 49재의 날, 12월 16일이었다.
그쯤에 무섭고 섬뜩했던 꿈을 꿨다.
계절은 시리고 몹시 차갑고 분위기마저 냉혹했다.
나는 그 속을 걷고 있었다.
눈 길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는데 모든 생명체는 눈 결정체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표정도, 소리도 없이.
마치 죽은 세상 같았다.
너무 춥고 무서웠는지 그 주변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의지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나는 점점 하늘 위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마치 영화 속 멋진 영웅처럼 초능력을 가진 듯했다.
떠오른 몸을 따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각도는 마치 항공샷, 드론샷처럼 보였다.
그러자 내 눈에 큰 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온 세상이 얼어붙은 그날에, 그 나무엔, 검은 열매들이 가득했다.
얼음처럼 단단하고, 매달린 채 꿈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날에 검은 열매들이 어찌 저리 붙어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나는 그것들이 열매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죽은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려 힘없이 걸려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봤던 검은 열매의 얼음 결정체는 죽은 사람들의 머리였던 것이다.
꿈 속이지만 그 주변을 그저 떠나지도 못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바로 하강을 했다.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나무를 올려다봤다.
아무런 표정 없이, 죽은 체로 매달려 있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의 피를 영양분 삼아 기이하게 살아남은 듯 나무는 보란 듯이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줬다.
나무의 곁가지들과 잎은 싱싱했지만 검은 열매들은 차급게 얼어붙어 있었다.
내 몸과 심장이 차갑게 딱딱하게 얼어붙는 순간, 이대로 주변에 있다가는 나도 죽겠구나 싶었다.
비겁하게도 나는 그 자리를 도망쳤다.
그 뒤로 잠에서 깨어난 뒤 찜찜한 마음은 꽤 오래갔다.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잊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에 익숙해지면 서서히 잊게 된다.
시간은 묵묵히 흐르고 그 안에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잊혀간다.
왜 몰랐을까.
우울하게 느껴졌던 내 일상들이 감정을 가두리 삼아 갇힌 시간들.
그 안에서만 맴돌았던 나 자신이, 그 틀을 깨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차가운 나무 아래 멈춰 서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그 얼굴들을 떠올리려 하자 무서워졌다.
그들을 위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왜 공포로 떨었을까.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불행한 사고로 떠난 분들이여, 제발 부디 극락왕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