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상담
잘라진 전선 이후에 나는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꽤 며칠간 셜록 홈스가 된 듯, 명탐정 코난처럼 사건을 파헤쳤다.
'왜'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검색을 해서 모은 자료와 나의 촉, 영감에 기대어 매일같이 가지치기를 했다.
정작 우리 가족들은 덤덤했다.
잘라진 전선 사건 이후 몰입을 한 나를 보는 남편의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
그리고 난 점점 피폐해져 갔다.
멀티플레이어가 어려운 사람이라 잠시 이쯤에서 휴식을 선언하기로 했다.
잠시 보류.
우리는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해 나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토속신앙을 전승하고 계승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가족은 잘라진 전선 범죄 사건 이후로 그 신을 믿으며 예의를 갖추고자 하였다.
고사날을 정하고 집터를 지키는, 아버지와 함께 운영을 할 예정인 교습소 공간에서 대주라고 불리는 높은 터주신께 인사를 드리고자 했다.
오랜 시간 제사를 내오셨던 아빠의 모습에서는 노련함이 보였고,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쩌렁쩌렁하게 고해성사를 하듯 빌고 또 빌었다.
우리의 소원과 마음가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고 해 나갈 것인지를.
좋은 쪽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터줏대감님께 말씀을 올렸다.
아침부터 준비해서 삶은 돼지고기와 막걸리, 소주, 그리고 각종 과일과 대추, 밤, 쌀, 나물, 시루떡 등을 함께 상차림하여 촛불까지 붙이고 기도드렸다.
현대에서는 이 과정을 미신이라고 여겨 간소화하거나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건 이후로 간절함이 커졌고, 방어적인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주에서 인간은 작은 존재라고 하지 않나.
하물며 하늘에서 바라봤을 때는 우리를 얼마나 작게 여겨질까.
비방을 하고 터주에 눌러앉은 신들에게 맛있게 드시라며 음식을 바닥에 뿌리고 빌었다.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집안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곳을 안전하게 보호해 달라고 말씀을 올리고 문을 닦고 밖을 나왔다.
터줏대감은 건물의 안전도 관장하지만 집터의 기운과 집안사람들의 재물을 관장하는 신이다.
안 좋은 기운들은 걷어내고 잡귀를 쫓아내며 집안사람들을 보호한다고 한다.
우리는 터줏대감의 보호를 믿어보기로 했다.
학원 옆 편의점 벤치에 앉아서 부모님과 대화를 하며, 신들께서 맛있게 드시길 속으로 빌었다.
시간이 어느덧 흘러 가족들과 상차림을 정리하고 차림 음식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하는 중에...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혹시 지금 운영하시는 건가요?"
한 어머님이 방문을 하셨다.
잠시 상담을 하고 고민거리를 상담한 뒤 연락처를 받아 적어가셨다.
우리는 학원을 준비하는 동안 절연 사건을 겪었기에, 집기류를 천천히 들여놓기로 했었다.
그리고 손없는 날에 고사를 지내다 보니, 어머님과 함께 서서 대화를 나누며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받으신 어머님은 가는 길목에 차를 잠깐 주정차하고 수고스럽게 학원을 방문하셨다는 걸 알았다.
우리 가족은 너무나 놀랬다.
전선 사건 이후로 정성 들여 고사를 지내고, 안전하게 지켜달라며 외쳤던 소원들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났다.
아빠와 엄마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히야..."
아빠의 감탄사와 함께 엄마와 나는 그제야 대화의 봇물이 쏟아졌다.
"어머나, 이것 봐. 세상에 고사를 지내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대박 아니니?"
엄마의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 가족은 나머지 정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나는
"감사합니다. 터줏대감님, 정말로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원을 따뜻한 공간으로 학생들의 꿈을 함께 응원하며 키워나가겠습니다."
외치고 또 외쳤다.
정리하는 그 순간,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이 피어올랐다.
이 공간이 참 좋아졌다.
무서움과 공포는 멀리 보내고 터줏대감이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신들의 보호하에, 우리 가족이 좋은 방향으로 좋은 기운으로 꾸려나가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때로는 내가 변덕스럽게도 군다며 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으나,
가끔은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참 까다로운 신이다.
내가 겪은 일은 마음에 한편에 곱게 품었다.
이곳에서 머물고 관장한 신들께 감사함을 느끼며 글로 수줍게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