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실린 소원

고요한 침묵

by 소극적인숙

평온함과 침묵 그 사이, 어딘가에 서서 나는 올려다봤다.


수많은 소원들이 적혀있는 종이들이 나풀거렸다.

비에 젖은 끝자락이 간신히 연등 끝에 매달려있다.

연등의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의 소원,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소중하게 품었던 바람들을 글로 쓴다는 것은,

어쩌면 큰 결심이자 엄청난 용기일 것이다.


비바람에 실려 날아가 듯, 많은 이들의 바람이 그대로 잘 날아가기를 빌었다.


소원이 적힌 종이들을 보니 사람 사는 인생,

우리네 인생이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지만 그것이 평범하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간절히 빌어보며 꾹꾹 힘주어 쓴 글씨들을 보며 나는 깊은 침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지만 '제 마음도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왓장에 차곡차곡 쌓여서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

과연 어느 곳까지 닿을 수 있을까.

비바람에 실려 들어준다면 정말로 들어줄까.

비가 오는 날 말없이 비를 맞으며 처마 끝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똑... 똑... 똑...

똑...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를 듣다 보면 기도를 하지 않아도, 나의 침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신의 응답이 없어도, 이곳에서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응답을 받은 느낌이 든다.

약 일 년 만에 방문한 광덕사는 전보다 더 크고,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초록색의 풍경들이다.

알록달록 색색의 연등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처럼 화려했다.

깊은 마음을 다 담을 순 없었을 텐데 누가 보지 않을까 생각하면 쓰는 것도 큰 결심이다.

용기를 담아낸 풍경은 오래도록 내 안에 물 것 같았다.



"하늘이 맑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의 가는 길이 바로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흐릿해도 괜찮다... 그런 날도 있다."


위로를 해주듯 날씨도 풍경도 나에게 조심스럽게 대답하듯, 내 물음에 응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 내린 후에 질퍽해진 땅을 밟아도,

진흙이 묻어도 괜찮았다.

하루쯤은 조금은 흘러가듯 보내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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