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일 수 없다면, 깨달으면 된다.

막으려는 자와, 대하려는 자

by 소극적인숙


지난주 우연히 아들과 "벌거벗은 세계사"를 집중 있게 시청한 적이 있었다.

마침 교황의 역사에 대해 다룬 이야기였는데, 최근 새롭게 즉위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기사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정상들과 국가의 축하를 받는 '레오 14세'의 모습은 나에게 꽤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은 마치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된 분위기 속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지 않은 추기경들의 표정은 꽤 재미있었다.


함박웃음을 지는 추기경,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 등은 의아하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신과 가까운 자리는 정말 고단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과거 유럽에서 교황의 자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위치였다.

세습과 부의 축적, 친인척을 위한 권력 유지까지 하며, 더 나아가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의 추기경 모습은 오늘날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SNS와 유튜브 등 종교와 관련된 소재로 교황의 역사를 설명하는 채널들이 올라오거나 방송사에서 방영을 하기도 했다.

그걸 보니 신을 섬기는 여정은, 수행을 넘어 마치 하나의 예술처럼 보였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애타심을 발휘하여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깨달음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진심을 담은 마음 그리고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정말로 막중한 자리이다.



요즘은 다른 타 종교도 존중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거 유럽의 역사를 떠올려 본다면 오늘날 대통합하는 모습은 조금 놀랄 일이기도 하다.

타 종교를 극단적으로 이단화 하는 또는 마냥 사냥을 하는 행위는 오늘날 찾아보기 어려울 테니깐.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내가 신이다" "신을 섬겨라" "혹은 있지도 않은 신을 왜 찾느냐" "허상이다"라고 극과 극으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그와 관련된 어떤 이득이나 효과를 본 간증인들의 이야기들이 있는 경우.

후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논리적,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기에 믿지 않거나 혹은 신을 믿었다가 오히려 배신 당해 시련을 겪은 경험담인 경우가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세월이 흘러 와전되거나 그게 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사람이기에 늘 한결같을 수는 없다.

하물며 AI도 오류가 나는데, 인간이 만들어서 탄생한 것 중에서 오류가 아닌 것들이 어디 있을까.

다만 오류의 확률이 있고, 극히 적거나 극소수, 0.00001...%를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판단해서 거르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고 보면 신은 완벽한 거 같기도 하지만, 인간이 겪는 시련과 고통을 보면 가끔 의문이 든다.

신도 AI처럼 오류가 있을까.

우리가 보내는 신호를 눈치 못 채고 엉뚱한 방향으로 답변을 보여주는 걸까.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안 좋은 일이 나에게만 찾아올까."

"사람 사는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나는 사실 원래 그런 거라는 말을 조금 싫어한다.

마치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은 속이 터지기도 하다.

의문을 품으면 안 되는 어떤 거대학 장벽이 우뚝 서있는 거 같아서 답답하다.

벽을 내리면 시원한 공기가 탁 트이는, 울창한 푸릇푸릇한 산이 곧 눈앞에 곧 보이는데.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완벽이라는 건 결국 누군가의 기준을 가지고 가지치한 결과다.

완벽에 가깝다는 건 통상적으로 우리가 서로의 동의하에 거르고 걸러서 보기 좋게 마무리된 의식이다.


혹시 저주가 내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다면 이젠 멈추자.

그 질문을 나에게 해보니 점점 나에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신의 뜻에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험한 일들이 생긴 거라고 마음 고생 한 적도 있었다.

그 생각은 막상 나에게 조금이라도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사람 사는 인생 정답이 어디 있을까.

수학처럼 명확한 공식도 논리처럼 시원한 명제가 없으니.

나는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살다 보니 그 편이 조금 더 나아졌다.

과연 얼마나 이 다짐이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꽤 시도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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