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지속성

맺음과 마무리

by 소극적인숙


최근 무기력감을 느꼈다. 그건 여태껏 내가 겪어보지 못한 무기력, 우울감, 고통이었다.

온몸이 아프고 힘이 축 빠졌다. 영혼이 빠져나간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걸까.

아니면 죽기 직전에 몸의 통증과 마음이 이런 걸까.

알 수 없는 짓누름 끝에 간신히 빠져나오면 나는 이미 잠이 잠깐 들어버린 상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챙기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모든 걸 버텨내야 했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영양제, 진통제, 우울증, 수면제 등 내 몸에서 풍기는 약 냄새, 그걸 소화해 내려는 몸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만약 나 한 사람이라면 그저 끝날 것을, 나와 연결된 관계로 맺어진 인연들을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며 약의 힘으로 커피의 힘으로 버텨갈수록 지쳤다.

왜 나를 지치게 만드는 걸까.


나에게는 원동력이었던 것들이 왜 한 순간에 하루아침에 사라진 기분이 들까.


관계는 참 어렵다.

가족과의 관계도 지인과의 지속성도, 내 식구들과 인연의 끈이라는 것도,

한번 맺어지면 오래가기에 내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살고 보니 나이 사십 줄에 접어들었다.

하루를 살아가며 떠받쳐 가는 이 시간이 그냥 버티는 것이었다.

마치 줄 위에 서 있는 나는 고립된 기분이 든다.


내 옆에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의 단절.

관계의 지속성을 이어가는 거.

그것, 참 어렵다.


무심하게 내뱉은 말.

단답형의 말로 이어지지 않는 대화들.

우리의 관계는 지속성이 있는가.


가깝다고 생각했고 한평생 함께 할 사람이라 맺었던 약속.

지켜지지 않는다.

왜 우리는 한 공간에 같이 있는가.


상대방의 웃음소리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자리를 벗어난다.

상대방의 목소리도 듣기 싫어지니 나간다.

그렇게 서로가 피한다.

당신만의 울타리로, 나만의 공간이 있는 곳으로.


남은 사람은 그 모습을 걱정하며 지켜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왜'이다.


사람의 언어는 온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언어가 점점 차가워지면 결국 얼어붙는다.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시간이 흘러 예전의 기억과 감흥은 오래전에 이미 사라졌다.

느슨해지고 흐릿해진다.

관계의 지속성, 필요성이 점차 흐려지고 불필요해진다.


그 모습을 보니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다 덧없다.

몸 주고 마음 주고 시간을 쏟아도.


다 덧없어라.




■내일은 대통령선거일로 미리 하루 일찍 연재했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라이킷 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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