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계란

되돌리기 어려운 순간

by 소극적인숙


우리 집 식구들은 계란 식재료를 참 좋아한다.

계란을 활용해서 먹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떻게 조리해서 먹느냐에 따라 선호하는 계란 요리가 달라진다.


나는 주로 따뜻한 흰밥에 간장, 참기름, 계란프라이 두 개를 적당히 익혀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

흘러나온 노른자가 밥알을 코팅하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짭조름한 간장참기름 양념은 계란의 심심한 맛을 잘 잡아준다.

비릿함을 잡아줘서 한 끼를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수분기 없이 푹 익힌 계란프라이도 밥알처럼 고슬고슬하게 뒤섞어주면 그 맛도 훌륭해진다.

여기에 살짝 굴소스나 간장참기름 양념 또는 케첩을 살짝 뿌려 먹으면 아이들도 잘 먹는다.


가끔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뜨리다가 겉껍질이 파스슥 깨지며 일부 껍질 조각들이 들어갈 때가 있다.

그때는 정말 난감하다.

쇠젓가락 또는 나무젓가락으로 휘 콕 집어서 빼내어 완전히 익혀먹는다.

엇나가게 잘못 건드리면 거침없이 흰 자가 주르륵 퍼지게 된다.


원하던 써니사이드업 모양의 형태는 사라지고 넓은 부침개처럼 퍼져 얇게 먹어야 한다.

뜨거운 열기로 달구어진 팬을 다시 식힐 수도 없고.

주어진 그대로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대부분 먹는다.


그래서 가끔은 흰 밥이 좋다.

때로는 몸에 좋다고 다양한 잡곡을 섞어 먹어봤지만,

어떨 때는 위장을 자극해 배를 부풀게 만들고 가스만 차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간혹 잡곡들이 조화롭지 못하면 되려 수분만 빼앗아 본연의 맛은 퍼석해지고 떨어진다.



흰쌀밥만 잘 되어도 계란 프라이 하나를 올려먹어도 맛있고, 다양한 양념과 소스와 토핑을 섞어도 맛있다.

무난한 계란프라이에 밥 한 공기는 대부분 맛있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다만 그 본바탕은 잘 갖춰야 무엇을 곁들여도 살아나는 거 같다.


삶은 계란도 흰 자가 잘 익고 탱글 해야 흐르지 않는 것처럼.

잘 익은 계란의 껍질이 깨지더라도 속은 유지가 된다.


겉이 단단해져 간다는 건, 내실을 채운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되돌리기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당황하는 시간은 줄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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