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P소방관의 아내다.
불을 무서워하며, 물을 무서워한다.
소방관의 아내이지만 아직도 조심스럽다.
소방관도 아니면서 뭔 걱정이 대수냐 하겠지만 가족이 위험한 직업군에 속하면 당연히 걱정이 된다.
내 사주팔자에 수가 많은데 물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대신 왜 불을 무서워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어릴적 난 우리 집을 불 태운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불을 무서워했고, 그때의 기억은 거의 없다.
불을 태워봤기에 그 공포를 안다.
문을 힘차게 두드리며 소리치던 엄마의 목소리, 갓난아이의 남동생, 두려움에 떨던 나.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소방관인 남편을 만나 같이 살면서 불이 안 무서워질 줄 알았는데, 살수록 불이 점점 더 무서워졌다.
든든한 소방관, 대한민국의 영웅.
내 곁에 히어로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겠냐며 엄지 척을 세우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저 웃는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운다.
소방관을 곁에 둔 아내의 심정을, 가족들의 마음을.
과연 얼마나 알까. 적은 월급으로 살며, 생명수당 조차 단 돈 몇 만 원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소방관의 아내가 돼 보니 나도 그를 따라
억척스러워지도 강해진 느낌이 든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이 또한 지나간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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