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댄싱스네일 Feb 09. 2019

우울증 극복 방법의 모순

극복할 수 있을까?



일전에 오른손을 다쳐 2주 정도 깁스를 하고 다닌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불편해서 어쩌나 엄청 걱정

했는데 고작 반나절쯤 지나니 불편함에 익숙해지더라. 그 사이에 통증이 금방 나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몸이 아플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고통에 쉽게 익숙해지는지에 놀라게 된다. 다 나은 뒤엔 아팠던 감각을 얼마나 쉽게 잊어버리는지도. 우리는 처한 상황과 환경에 곧잘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몸의 고통이 그렇듯 마음의 아픔에도 익숙해지기가 쉬워서 아픈 마음이 계속되면 원래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었는 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아픈 마음이 디폴트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울감 극복을 위해 기본적인 생활 루틴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우울감을 겪는 동안은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우울해서 규칙적인 일상의 틀을 유지하기 어려운 건데 증상을 그냥 극복하라는 게 치료 방법이라니. 이런 아이러니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감정과 생각은 우리의 신체와 연결돼 있어 우울감이 실제로 신체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오래 겪다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일도 실천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으면서 마음이 아프면 의지나 정신력으로 이겨 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아플 때에도 누군가에게 꼭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우울감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은 거창하고 막연한 목표보다는 구체적이되 아주 쉬워서 확실히 실천 가능한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하루, 한 페이지 독서하기’, ‘일주일에 3일, 하루에 5분간 산책하기’ 같은 것들.


작더라도 반복된 성취감을 쌓을 수 있어야만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단번에 해내기 어렵더라도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길 바란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우면 사랑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자신을 꼭 칭찬해 줄 것.

이전 01화 불안한 행복보단 안전한 불행이 낫겠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