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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스네일 Feb 14. 2020

세계의 침범

조언은 타이밍




사람은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율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독일말로 ‘슈필라움(Spielraum)’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슈필라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개념이 없다면 그 개념에 해당하는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김정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21세기북스, 2019).

그래서일까. 개인 공간의 중요성을 다소 경시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유독 일상에서 이를 침해하는 일이 잦은 듯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옆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쩍쩍 벌리고 앉는다거나, 사방으로 타인을 밀치고 다니는 행동을 크게 무례로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에서는 타인의 심리적 공간 침해에 대한 경계도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지인이 내 집에 놀러 와서 묻지도 않고 냉장고를 마구 뒤적거리고 안방 문을 휙휙 열어젖힌다면, 그 순간 그의 방문은 침범이 될 것이다. 일상에서 물리적인 안전 공간을 침범당했을 때의 이런 불편감을 마음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자.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 역시 그의 정신세계, 즉 마음의 공간을 침범하는 격이다. 그게 아무리 상대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도 말이다. 
타인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침범하는 말과 행동 역시 조심해야 한다. 
조언은 타이밍이다. 상대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의 진리일지언정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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