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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목각인형 Aug 27. 2023

카카오프렌즈를 사랑하는 내 님

라이언과 춘식이...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우리 집에는 라이언과 춘식이가 살고 있다. 지인들에게 선물 받은 인형들인데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다. 귀엽지만 내 돈 주고 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 그저 선물해 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지니고 있는 정도? 이런 나랑은 달리 오빠는 이 친구들을 너무 좋아한다. 


라이언과 춘식이를 선물을 받은 날 오빠는 얘네들을 안방 침대에 올려 두었다. 나는 안방 무드랑 맞지 않으니 다른 곳에 두자 말했지만 오빠는 얘네가 있을 자리는 여기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참나...!!) 침대 위에 인형을 올려두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어이없었지만 내심 또 사랑스러워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벌써 4년째. 이 친구들은 여전히 안방 침실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오빠는 얘네들을 가지고 귀여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보통 내가 먼저 출근을 해서 아침에 오빠가 침대 정리를 하는데, 침대 정리의 마지막에는 항상 라이언와 춘식이의 포즈를 취해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보통날의 라이언과 춘식이. 이불을 폭 덮고 있다.
이렇게 서로 뽀뽀를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심쿵 백허그를 시전 하기도 한다
가끔씩 터지는 씽크빅 모먼트 (생각지도 못한 크리에이티브)

 

둘이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전 날 싸웠던 것 같다.
벽 보고 벌서는 중인 걸 보니 이 날은 둘 다 단단히 잘 못 했던 날이었나 보네.

팔다리도 짧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들 가지고 진짜 잘 가지고 노는 오빠. 덕분에 퇴근하고 안방에 들어섰을 때 라인언과 춘식이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나날들이 많다. 피곤하고 지쳐있는 와중에도 얘네가 저러고 있는 거 보면 저항 없이 미소가 퍼진다. 싸우고 화해하지 못한 날에도 오빠의 이런 귀여운 행동에 마음이 사르르 녹기도 하는 건 덤. 매일매일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순간들인지라 아주 가끔씩 이렇게 방치되어있는 애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애들..맴찢이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춘식이와 라이언인데도 이런 순간들이 쌓인 덕분에 애정이 생겨버렸다. 사실 정확하게는 이 둘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오빠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생각과 행동이 좋은 거겠지. 혼자 였으면 눈길 조차 주지 않았을 것들에도 맘을 주게 되는 것. 이런게 결혼의 묘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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