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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목각인형 Oct 30. 2023

순삭, 10월.

'일'이 '일상'을 삼켜버렸다.

10월도 끝이다. 정신 차려보니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하루의 끝에 일상을 돌아보고 기록할 겨를도 없이 그냥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브런치는 가끔 쓰더라도 노션 일기만큼은 꾸준히 썼었는데. 10월 일기는 텅텅 비어있다. 행복,우울,빡침,...정말 많은 감정이 뒤섞여 돌아가던 10월이었는데 말이다. 허무하리만큼 남아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좀 슬프다. 똑같이 바쁜 와중에도 부사수는 사소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도 내 10월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번 달 내 일상을 다 잡아먹어버린 건 역시나 일이다. 매일매일 역대급으로 쏟아지는 일에 뇌가 쉴 틈이 없었다.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데 더 속도를 내야 하는 나날의 반복. 나는 경주마, 나를 둘러싼 환경은 무자비하기 그지없는 강도 높은 채찍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해냈다. 경쟁피티와 신규 캠페인 촬영 준비는 물론, 집행 중인 캠페인 두 건의 실행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내가 닿을 수 있는 최선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다. '좀 더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좀 더 심플하게 정리했다면 좋았겠다' '준비한 것들을 좀 더 매끄럽게, 차분하게 잘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순간들은 분명 있다. 결코 한 순간에 좋아질 수 없는 능력들이니 매 번 조금씩 다듬어가는 수 밖에는 없다.


일하면서 가장 크게 화를 내보기도 했다.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으면서 답을 찾아오라는 팀장의 태도가 가장 화났다. 더 좋은 고민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고. 별 다른 대안 없이, 이건 이래서 아니고 저건 저래서 아니고 까기만 하는 팀장의 피드백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난다. 함께 으쌰으쌰 할 팀원의 부재도 나를 힘들게 했다. 나와 내 부사수 둘을 제외한 우리 팀 다른 분들도 그 어느 때보다 피티 준비에 손을 놓고 있었다. 다들 나 몰라라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감정 컨트롤을 못했다. 일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좋을게 하나도 없음을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못 견딜 것 같았다. 근데 웃긴 건 그렇게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니 그제야 다들 좀 움직여줬다는 거다. 미련한 '가마니'로 남길 선택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회사에서 감정을 내비치는 건 하수이니깐,,, 다음번에는 좀 더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다시 또 월요일이다. 이번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과제가 하나 남아있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일단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원래대로라면 주말에 열심히 고민했어야 하는데... 인간적으로 쉬는 시간은 좀 필요하지 않겠냐며. 무튼 과제 발표까지 이제 3일 남았다. 남들 의식하지 말고 내 전략을 탄탄히 만드는 데만 집중해야지라고 다짐하며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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