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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목각인형 Dec 09. 2023

나홀로 서촌 나들이

좋아하는 시간과 단상.

탁 트인 통창이 있는 까페에서 책을 읽고 글 쓰는 시간을 좋아한다.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과 간간이 들려오는 옆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 것도 즐겁다. 저마다의 고민과 생각이 오고 가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이 순간을 애정한다.


지금은 서촌에 있는 인왕산 대충 유원지. 정성스레 내어준 필터 커피 한 잔, 아쉬워서 추가로 시킨 뱅쇼 모두 내 취향에 딱 맞는다. 같은 자리에 앉아있은지 벌써 2시간 째다. 마시고 쓰고 멍 때림을 반복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궁둥이가 떨어지질 않는다. 겨우 노트북 하나 펼치고 앉아 있는 이 공간이 '나만의 작은 여행지'인 셈이다.


서촌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인왕산 대충 유원지.


이곳에서 가장 와우한 공간은 서촌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 자리도, 테라스도 아닌, 화장실이다. 편안한 인센스 향이 피어나는 아담한 화장실인데 벽면이 문장으로 가득하다. 볼 일을 다 봤는데도 바로 나오지 못할 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많았다.


화장실 벽면 가득했던 문장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헉했던 문장을 만났다.


하루는 신이 나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고 싶어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요."

"거기가 어딘데요?"

"내가 없는 곳이에요."

-유진목



나도 내가 나를 많이 괴롭히는 사람인지라, 마지막 문장을 보고 순간 울컥했다. 남들이 봤을 땐 지금의 나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의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인데.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몰아세운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삶은 불행하다. 대체로 열심히 살고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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