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당하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
나는 어쩌다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 되었을까. 단순히 그 회사의 조직 문화와 나의 성향이 맞지 않았다로 퉁치기엔 결과가 처참하다. '사실 나도 그만두려고 했다'는 정신 승리도 무의미하다. 오랜 시간 일잘러로 불리던 내가 왜 그곳에서는 퇴사를 '당했는지' 나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퇴사 직후 그 회사에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천천히, 오래 가졌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뼈아픈 시간들을 되짚어 보는 건 나를 괴롭히는 일이기도 했는데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었다.
답을 찾기 위해 그 조직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이때 일 잘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영상과 아티클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일 잘하는 사람 vs. 일 못하는 사람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정말 많더라.) 보면서 그들은 뭘 잘했고 나는 뭐가 부족했는지를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내가 경험한 일잘러들의 특징]
1. 업무를 구조화한다.
프로젝트의 KPI를 명확히 하고, 목적과 목표를 기반으로 업무를 세팅한다. 단편적인 TO-DO LIST가 아니라, 일의 맥락을 파악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2. 자기만의 관점을 갖고 문제를 풀어간다.
해왔던 업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한다. 관점이 분명하니 같이 일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도 수월하다.
3. 상부 및 유관부서와 컨센서스를 맞춰가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윗사람의 성향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을 리딩한다. 중간중간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그들과의 컨센서스를 맞춰가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RIGHT TIME 커뮤니케이션으로 불필요한 리소스를 최소화한다.
4. 넘겨짚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여러 번 마주한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럴 때 '~하겠지, ~하지 않을까?'라고 넘겨짚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일단 담당자 붙잡고 무조건 물어보고 확인한다.
5. 성과를 당당하게 어필할 줄 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구체적 사례와 숫자로 어필할 줄 안다. 본인이 낸 성과와 그 과정에서의 노력을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괜한 미움 사지 않고 얄밉지 않게 어필하는 것도 스킬이더라.
적어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것들이지만 분명 나에게는 조금 부족했던 것들이다. 그때의 나는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하나씩 쳐내기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를 놓쳤다.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먼저 입사한 사람들이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마치 그게 정답인 양, 나만의 관점이나 해석 없이 답습하기 바빴다. 눈치 보며 머뭇거리다가 제 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해야 할 말을 제 때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했더라면 오해를 줄이고 좀 더 매끄러운 업무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성과와 퍼포먼스를 조금이라도 어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는다. 나는 항상 '내가 혼자 한 건 없다, 우리가 한 거다' 라며 겸손한 스탠스를 취했는데 과한 겸손은 때로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일로 깨달았다. 내가 기여한 바를 정당한 방법으로 어필할 줄 아는 것도 나에게 필요한 스킬 셋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부족함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져 갔다. 물론 매일을 불안함과 싸워야 했다. 이렇게 된 거 이번을 계기로 좀 쉬자는 마음과 빨리 다시 일해야 한다는 마음이 공존했다. 다음 글에서는 불안했던 내가 어떻게 이 시간을 보냈는지를 주제로 글을 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