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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da Apr 22. 2018

첫 번째 휴일, 흐림

2018년 4월 22일, 여덟째날 



중국에 온 이후 처음 맞는 휴일이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냉장고 청소를 끝낸 후 집 근처에 있는 진지후(金鸡湖. 금계호)를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그곳에 스타벅스도 있다기에, 오랜만에 스벅에 앉아 밀린 업무도 좀 할 겸. 겸사겸사. 




구글맵으로 길찾기를 해보니 가는 길이 멀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 보였는데, 두 갈래 길 중 하필 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해 걷는 바람에 한 십 분쯤 헤맸다. 난 구글맵을 무척 아끼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면 가끔 내 애정에 타격을 입곤 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원래 중국에서는 구글도, 유투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왓쯔앱이나 카카오톡도 사용할 수 없다. 중국 정부에서 이 모든 것들을 다 막아두었다고 한다. 어쨌든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보니 이런 식의 통제가 가능한 모양이다. 카카오톡 없이는 살 수 있는데, 구글이나 유투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망설이다가 괜찮은 VPN을 알아본 후 한국에서 미리 구입을 해서 왔다. 무료 VPN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건 역시 중국에서 막아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그냥 돈을 내고 구입. 한 달에 한 만 원 정도면 중국에서도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으니, 돈은 좀 아깝더라도 심리적 스트레스는 일단 덜었다. 





어쨌든 그렇게 진지후에 도착하고보니, 비가 내린다. 주중 내내 날이 맑더니 주말이 되니까 내리는 비.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아 조금 슬펐는데, 다행히 비는 곧 그쳤다. 대신, 날이 흐려 내 눈에 보이는 진지후는 그냥 커다란 호수.





저 멀리에 보이는 건물이 '동방지문'이다. 원래는 저기에 가려고 했는데, 집 청소를 하고 나니 너무 지쳐서. 다음주에 노동절이 있어 쉬는 날이 사흘이니 동방지문은 다음주에 가기로 했다. 





눈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는데, 이 호수는 그 크기가 마산만하다고 한다. 하긴, 서울도 엄청 큰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상하이는 그 크기가 서울의 열 배가 넘는다고 하니 이 나라에서 웬만큼 크다 하는 것들은 다 우리나라의 도시만할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그 크기에 너무 놀라진 말아야지. 




혼자 진지후를 둘러보다 다리도 아프고 갈증도 나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스타벅스를 찾아 들어왔다. 사실, 세상 여느 도시처럼 이곳에서도 어느 정도는 영어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쑤저우에서는 조금 충격적이다 싶을 만큼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터키의 저, 저- 저~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떨어졌을 때 이후로, 영어가 이렇게까지 통하지 않는 도시는 또 처음이다. 그래서 요즘은 강제 벙어리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라, 스타벅스에 들어온 이후에도 머리가 아프다. '아이스 카페라떼'까지는 잘 주문했는데, 


"여기서 먹고 갈 거야?"



"얼음 얼마나 넣어줄까?"


를 알아들은 건 바디랭귀지의 힘이다. 그래도 내가 중국인이 아니란 걸 눈치챈 여자 직원이 웬일로 꽤 친절함을 보여주어서 덕분에 그럭저럭 주문을 잘 마쳤다. 




신기한 건, 이곳에서는 음료가 나와도 나왔다고 불러주지도, 그 음료를 주문한 사람에게 맞춰 건네주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대충 손짓으로 


'음료는 저기서 받아가.'


라는 말을 따라 음료가 나오는 곳에 가보니, 그곳엔 일곱여덟 잔쯤 되는 각종 커피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주문한 걸 그냥 찾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처음엔 혹시 내가 남의 것을 가져가는 것일까봐 나를 콕 집어 내 커피를 줄 때까지 기다리다가, 분위기를 보아하나 다들 알아서 자기 커피를 찾아가기에 나도 내것을 가지고 왔다. 다행히 그곳엔 아이스 카페라떼가 하나밖에 없기도 했고. 




그리고 진지후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조금 후덥지근하긴 하지만 날씨도 따뜻하고 내 앞엔 커피도 있어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데, 곧 내 옆자리에서 날아오는 담배 연기 때문에 실내로 도망와서 앉았다. 


아, 담배 연기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그렇게 두어 시간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진지후 주변의 건물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걷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하루 만보 이상 걷기 실현. 집정리가 좀 끝나고 나면 앞으로도 좀 열심히 걸어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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