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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da Apr 28. 2018

미세먼지, 매우 나쁨

2018년 4월 28일, 열넷째 날


중국이니까, 미세먼지가 더 심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하이나 쑤저우의 공기질은 서울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미세먼지는 분명 심한 편이지만, 어차피 서울 살던 내 입장에서는 공기가 더 나쁜 곳으로 옮겨온 건 아닌 셈이다. 




중국에 오기로 결정한 후부터 종종 세계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곤 했는데, 베이징이나 텐진 근처는 그 수치가 정말로 높았다. 그러니까 서울이 150 정도일 때 그곳은 300을 훌쩍 넘는 수준. 아무리 또 한 번 새로운 곳에서 살아볼 기회가 찾아왔다 해도 만약 그곳이 베이징이었다면 포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또 살아는지겠지만, 그래도 쾌적한 기분으로 살기는 좀 힘들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쑤저우는 서울과 별반 다를 바 없었기에 이곳으로 옮겨 오기로 결정했고, 온 뒤로 느낀 것도 분명 푸른 하늘은 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서울에서보다 더 숨쉬기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랬는데, 요며칠, 쑤저우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부쩍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 보통 쑤저우가 상하이보다는 공기가 나았는데 어제 오늘은 상하이도 앞질러 버렸고.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보니 그 수치가 200이 넘어 있어 조금 놀랐다. 아, 오늘은 정말 마스크 없이 나가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2018년 4월 28일, 미세먼지 매우 나쁨



이곳은 분명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미세먼지가 아주 높은 편인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도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서울에서는 다들 쓰고 다녔는데. 덩달아 웬만하면 마스크를 안 쓰고 나가게 되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국에서 챙겨온 마스크를 꺼냈다. 혹시나 틈사이로 미세먼지가 들어올까 싶어 빈틈없이 꼭꼭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서기. 


하지만 역시, 아니나 다를까.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나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마주친 아저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나를 보더니 흘끗 두어 번 나를 더 쳐다보았다. 저기 저, 이상한 사람 아니거든요.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버스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다가 정류장에 내렸는데 삼삼오오 모여있던 한국 여학생들이 힐끔 나를 보더니


"일본인인가봐."


한다.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상하이에서도,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거리로 접어드는 순간 갑자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수가 확 늘어나니까. 





그렇게 회사로 들어가 꾸벅 인사를 하다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닐까요?"


그랬더니 돌아온 윤의 대답.


"글쎄요, 저도 여기 와서 처음엔 잘 하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안 하게 되더라구요. 아무도 안 하니까."


그 말을 받은, 중국에서 산 지 벌써 십년이 된 리의 대답.


"전 뭐, 이제 반은 중국인이라."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몇 달 후의 내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그때쯤에는 나도 마스크 같은 건 서랍 속에 쟁여두고 꺼내보지 않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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