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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 만난 물개 Mar 06. 2021

다이빙 중에 상어 만나면 위험한 거 아니야?

미디어로 만들어낸 이미지의 폐해

상어, 아마 사람들이 바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스쿠버다이버라는 것을 알게 된 다수의 주변 사람들이 다이빙 중 상어를 만나면 위험하진 않은지 나에게 물어봤다.

이들 중에는 바다를 무서워하고 다이빙을 접한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다이버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상어의 이미지는 '거대하고 난폭한 식인 물고기' 정도 될 것 같다.
각종 미디어나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던 상어는 거대한 몸집과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미친 듯이 쫓아오고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것으로 묘사되어왔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한 상어를 다이빙 중에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 unsplash.com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이버들은 상어를 만나면 환호하며 열광한다.
이들은 왜 이럴까?
그 포악하고 위험한 상어를 물속에서 마주했는데, 겁에 질려 얼어붙거나 피하진 않고 소리 지르며 열광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접근하다니.
이들이 정말 겁이 없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정답은 모두 틀렸다.
기대와는 다르게, 다이버들은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 목숨을 걸고 취미를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바다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겪어봤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훨씬 더 바다를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사람들이 왜 '사람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다 집어삼켜 버린다고 알려진' 상어를 만나고 싶어 하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상어에 대해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지식이 사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상어의 포악하고 사나운 이미지는 미디어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위해 과장한 자극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실제 야생의 상어는 사람을 먹이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상어가 먼저 다이버를 경계하며 자리를 피한다.
우리가 배고프다고 거미나 개미, 풍뎅이 같은 우리의 먹이가 아닌 것을 먹지 않는 것처럼, 상어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이들은 이들이 주로 섭취하고 좋아하는 먹이 군이 있고, 이를 정확하게 구분해낼 지능을 가지고 있다.

출처 : unsplash.com

그렇다면 상어에게 공격당한 사례들은 뭘까?
안타깝게도 이런 사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의 행동 또는 실루엣이 상어의 먹잇감과 닮아 오인되었거나 특정 냄새에 상어가 자극을 받았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상어는 먹이의 당황한 모습에 자극받고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의 허우적거리는 모습, 첨벙이는 소리와 팔다리를 휘저으며 헤엄치는 모습이 상어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추가로, 상어가 방어본능을 느낄 정도로 피해자가 어떤 위협을 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 중 일부가 어부라는 점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든다.
전 세계적인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분별한 어획과 샥스핀 사냥을 지속하고 있는 인간의 행동을 절대로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절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맹수는 없다.'라는 말처럼, 상어도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격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어라는 야생동물에게 항상 적절한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물며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마저도 사람을 공격할 때가 있는데, 야생의 상어에게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위협을 가하면 상어 또한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한다면, '잘 배우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다이버는 상어의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많은 다이버는 상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여러분도 언젠가 기회가 닿아 다이빙을 시작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상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장담한다.

출처 : unsplash.com


상어에 관한 지식

상어는 '상어 목(order)에 속하는 연골어류를 총칭'하는 단어로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흔히들 상어라고 하면 공격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어는 인간, 개, 고양이처럼 특정 생물체의 집단을 칭하는 말이다.
개를 예로 들자면, 개라는 생물군에는 대형견, 소형견, 사냥개 등 다양한 종이 포함되어있고, 이들은 모두 다른 크기와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상어도 종에 따라 크기부터 성향까지 엄청나게 다양하다.
40cm 정도로 작은 종부터 18m가 넘는 고래상어까지 각 종별로 다양한 크기와 식성, 습성을 가지고 있다.
상어라고 전부 영화 속에 나오던 거대한 모습은 아니다.

대략 440여 종(species)의 상어가 현재 전 세계의 바다에 퍼져있지만, 개체수의 감소로 실제로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전체 상어 중 공격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종은 3종 정도로 추려진다.
백상아리(Great white shark), 뱀상어(Tiger shark), 황소상어(Bull shark). 이 3종이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다수 있는 상어들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이버로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고, 그들의 영역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면 이들이 먼저 공격해올 확률은 크지 않다.
사실, 다이빙 중에 이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아주아주 운이 좋아야지만 가능하다.
개체수가 너무 적을뿐더러 서식지도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즉, 다이빙 중에 상어를 만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만난 상어가 공격성이 높은 3종 중 하나이고 그들이 나를 공격해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출처 : wikimedia.com

현재 대부분의 상어가 멸종의 위협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상어 지느러미 사냥과 어획으로 인한 개체수 감소에 더불어, 지구 가열화로 높아진 수온 때문에 미성숙한 상태에서 부화하는 새끼 상어가 증가하고 있다.
이 말은 미성숙한 새끼 상어가 성체로 자라고 출산할 확률이 떨어지는 중이란 뜻이고, 지구의 온도가 더 높아지는 날에는 성체까지 살아남는 새끼 상어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즉,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구 가열화의 심화는 상어의 멸종으로 직결된다.

'상어가 없으면 바다가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계층을 차지하고 있다.
포식자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단순히 사냥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포식자인 상어는 해양 생태계와 지구 환경 유지란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식자에 의해 생태계의 개체수가 조절되는 것을 하향 조절(top-down control)이라고 하는데, 상어는 적절한 먹이섭취를 통해 해양생태계에서 중간 포식자의 폭증을 억제한다.
그 결과 생태계의 어느 한 계층이 무너져내리는 생태계 붕괴 현상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시킨다.
또한, 해조류나 산호초를 먹고사는 물고기의 폭증을 막아 해조류와 산호초가 지속해서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 결과로 바다는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산소로 변환해주며 지구를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즉, 상어가 멸종되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지구의 기후변화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더 이상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다행히 최근에는 상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이 교정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상어를 식용으로 사냥하는 지역이 존재하고, 샥스핀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만 할 때이다.
수요층이 없다면 상품은 가치를 잃고 공급자도 사라진다.
소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가 상어를 살릴 열쇠를 쥐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생태계에서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고유의 역할이 있고, 이는 자연환경 보존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위험하거나 해롭다고 생각되는 생명체일지라도, 지구라는 커다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 생명체의 행동방식이 우리에게 이롭지 않을 뿐이고, 인류가 그들이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한 생명체의 가치를 인간의 편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부족한 지식으로 마음대로 결론짓는 것은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낳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미 곳곳에서 진행 중인 멸종이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대할 때만큼은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자연의 관점에서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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