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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 만난 물개 Mar 09. 2021

심해에 가면 무섭지 않아??

나는 심해 공포증이 있어서 그런 거 못할 거 같아...

심해 공포증 : 깊은 바다를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하는 증상

사진 출처 : unsplash.com

많은 사람들이 심해에 대해

무섭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빛이 없는 어두운 세계라서, 빠지면 못 나올까 봐,

괴생명체가 나올까 봐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다이버인 나는

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망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나도 심해는 무섭다.
단지, 그 심해라는 단어의 개념이

여러분과 조금 다를 뿐이다.


여러분에게 심해는 몇 미터를 뜻하는가?
누군가는 10m를 심해라고 부를 것이고

20m를 심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다이버인 나에게는?
50m? 100m? 200m?
잘 모르겠다 사실.
아마 내 능력의 발전에 따라 내 머릿속에서

심해의 개념은 계속해서 바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적어도 40m 까지는 내게 심해가 아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40m의 깊이가 아직 다이빙을 해보지 않은 여러분에게는 엄청나게 깊다고 느껴질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깊이인지

가늠조차 안될 확률이 크다.
수면에서 바다를 볼 때와

 수중에서 바다를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다이버가 되기 전에는 5m 수심만 되어도

매우 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다이빙 교육을 받으며,

수중에서 5m 깊이를 몇 차례 경험하고 보니

생각보다 깊지 않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이버가 된 지금,

여러분에게는 심해 일지 모를 수심 20m의 바다는

내게 아주아주 친근하고 편안한 바다가 되었다.
실제로, 20m 깊이의 다이브 사이트는

대부분의 다이버들에게 상당히 얕은 포인트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다이빙 교육은 새로운 환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다.
다이빙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물속에서 숨 쉴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중세계로 활동반경을 넓히게 된다.
즉, 다이빙을 배우고 몸에 익힌다면

여러분도 나처럼 심해에 대한 기준이 변할 것이다.
단 5m도 잠수하지 못하던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40m까지 안전하게 오고 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20m 정도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고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이런 변화에

필요한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짧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위에 이야기했듯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도

수심 5m 정도의 얕은 바다를

무서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개념이 바뀌어버렸다.
"사람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없다"란 개념이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이 개념은,

내가 기존에 그어두었던 한계도

사라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개념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로 변하고 나자,
신기하게도 더 이상 깊은 물이 무섭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깊은 물도 위험하지 않다"란

확신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 나는 3~5m의 바다는

어린이 수영장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기존에 설정해 둔 개념을 바꿀 수 있다면,

'XX공포증'은 생각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해 공포증을 치료하는 데에는

스쿠버다이빙이 최고의 선택이다.
실제로 '심해 공포증'을 가진 교육생이

 '물뽕 맞은 다이버'로 거듭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스쿠버다이빙은 장비를 사용하여

수중세계를 탐험하는 스포츠다.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였을 경우

보통의 다이버가 들어갈 수 있는

최고 수심은 40m이다.
즉, 경험 있는 다이버들에게

40m 까지는 더 이상 심해가 아니다.
내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다이버가 되기 전에는

5m만 되어도 깊다고 느꼈던 사람이
40m는 더 이상 심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이 바로 다이빙을 해보지 않은 사람과

다이버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다이버가 되면, 말 그대로

여러분이 활동할 수 있는 세계가

엄청나게 넓어진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사람들이 스쿠버다이빙에 빠져드는 이유는 엄청나게 다양하다.
내가 처음 다이빙을 우던 때를 떠올려보자면,

내가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10m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게 너무나 좋았고,

푸른 바다의 청량하고 포근한 기분이 좋았다.
땅 위에선 무심코 들이쉬고 내쉬던 호흡을 조절함에 따라,

물속에서 내 몸이 떠오르고 가라앉는다는 사실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어느 정도 적응해

여유가 생기고 나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해양생물들과 그들의 독창적인 생활방식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바다가 주는

끝없는 자유로움이 미칠 듯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스쿠버다이빙에 빠져들었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여러분도 이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험을 위해,

 딱 한 번만 용기 내면 된다.
일단 도전하면,

익숙해지는 건 어렵지 않다.
혹시 모르지,

머지않아 나처럼 바다에 푹 빠져있는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지도.
바닷속 세계에는

땅 위의 생활에선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자,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심해는 어느 정도의 깊이를 의미하냐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50m, 60m도

지금의 나에겐 상당히 깊은 곳이지만 
내 기준에서 심해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200m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모른다.

언젠가 내가 200m의 벽도 뚫고

 더 깊은 세계를 탐험하고 있을지도.
결국에 다이버에게는 빛이 없는 세상,

바닥이 없는 끝없는 세계, 그곳이 심해가 아닐까?

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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