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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 만난 물개 Nov 17. 2021

#9. 출항

퇴사 후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났다.

퇴사하고 난 후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딱히 큰 걱정이나 조급함이 들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쓸 만큼은 모아서 나왔기 때문도 있겠지만,

생계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퇴사하면서 내가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겼던 것은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삶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던 의무라는 장치가 없어진다는 것이

 사람을 끝없는 나태함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지나온 시간에서 몇 차례 느껴 보았기 때문이다.

나태함에 빠지는 것만 경계한다면 얼마든지 내가 구상해둔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모든 일은 적는 것 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퇴사 당일 나는 새로운 출발을 자축하며, 계획을 세우고 루틴을 만드는 일에 시간을 쏟았다.

내일 당장부터 늦잠과의 싸움이 시작될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막기 위해서 단 하루도 틈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인간은 너무나도 쉽게 관성에 빠져든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계획 수립은 큰 그림을 스케치하고 바로 눈앞에서 착수할 수 있는 세부적인 항목들을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의 큰 그림은 '경제적 자유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내가 사랑하는 바다와 수중환경, 해양생물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었다. 


바다를 위한 일에는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바다와 해양생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를 바라보며 큰 안타까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바다를 가볍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닷속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죽어가는 바다는 당장의 우리 생명을 뒤흔들만한 엄청난 위협이란 것을.

해양생물은 단순히 우리의 먹거리가 아니라 인류의 삶과 지구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기 위해 함께 기능해야만 하는 지구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인간 중심적인 생태계 인식에는 큰 오류가 있고, 인류를 포함한 지구 모든 생명체의 존폐가 바다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아직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인지라 이보다 구체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이 정도의 방향성이라도 정해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세부 계획을 세웠다.

여기서는 기존에 생각해 두었던 여러 아이템들 가운데 빠르게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것들과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들로 나누었다.

빠르게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활동들은 아침시간을 할당해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오전 시간에 긴장감을 가져가기 위해 활용했고,

긴 호흡이 필요한 활동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루틴화 시켜 오후 시간을 할당했다. 아래에 내가 분류해둔 항목을 소개해 보았다.


빠른 수익화를 목표로

      1. 해양 소식지

      2. P.O.D 아이템 제작, 판매

      3. PDF 전자책 제작

      4. 크몽 - 체험 상품 런칭

긴 호흡이 필요한 것 : 루틴화 필요

      1. 블로그 키우기

      2. 브런치 북 제작

      3. 유튜브 키우기

      4. 디자인 연습(포토샵, 이모티콘 제작 연습 등)

      5. 채널 유입을 위한 카페 활동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 뭘 하든 가장 밑바탕은 체력!

      - 꾸준한 운동 필수 : 헬스 + 샤워 전 푸시업 + 턱걸이 등



이 처럼 많은 아이템에 욕심이 났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이런 부담감은 퇴사자에게 의무감을 심어주는 아주 좋은 효과가 있었고,

덕분에 퇴사 다음날부터 곧바로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많은걸 지금까지 지속해온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시도해보며 아이템별로 가능성과 확장성을 따져보았고,

그중에서 패시브 인컴으로 성장하기 어렵거나 예상보다 아웃풋이 좋지 않은 아이템들은 떨궈내는 과정을 진행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다.

주말도, 퇴근도 없이 계속해서 작업에 집중했다.

눈에 보이는 수익은 없었지만,

하나둘씩 체계를 잡아가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뿌듯함과 희망을 보았고

작은 성과에도 회사생활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행복함을 느꼈다.

이렇게 나의 배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바다를 향해 자그마하지만 힘차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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