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과 나는 '책 읽기'로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책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담임과 유난히 책을 멀리하는 올해 아이들. 내가 너네한테 질쏘냐 싶어 매주 도서실에 데리고 간다. 아침 독서 10분조차 꾸역꾸역 하는 아이들. 그래도 순둥해서, 선생님 눈치 볼 줄은 알아서 책상 위에 필통 하나 툭 올려놓듯 책을 꺼내놓고 애꿎은 표지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런 아이들이, 제 손으로 책을 펴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찾았다!
그것도 꿀 같은 쉬는 시간에, 책 읽으라 성화 부리지 않아도 책 읽기에 내기 따위 걸지 않아도 자기 손으로 책을 펴는 순간 말이다.
그때는 바로.. 도서실에 다녀온 직후다!(놀랍다)
아이들은 도서실에서도 놀거리를 찾다가 책뿐이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으면, 무슨 책이라도 손에 쥔다. 마지못해 읽는다. 한 장 한 장 어렵사리 페이지를 넘긴다. 그런데, 생각보다 볼만한가 보다. 재미있나 보다. 빠져드나 보다! 40분이 끝나도 멈추지 않는 울컹울컹한 호기심은 교실까지 따라와 머무른다. 기어이 쉬는 시간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까지 책을 펼치게 만든다.
그 쉬는 시간 10분이 마음에 들어 나는 도서실 출석 도장을 찍는다. 일단 데려다 놓으면 그다음에는 알아서 척척.
책 읽기의 기묘한 관성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