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당 Apr 11. 2022

정신과 상담, 좀 가라

진짜 이상한 놈은 지가 가야 하는지 몰라.


미국인 집주인은 다섯 남매를 케어하고 있었다. 둘은 생물학적 자녀, 셋은 입양아

: 한 명은 청각장애, 한 명은 시각장애, 한 명은 발달장애. 

ADHD를 갖고 있던 동생 친구는 우리 엄마에게 "저 ADHD가 심해서 약을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라며 약을 보여줬다. 

대학생 때 하우스셰어를 했던 친구는 심한 조울증을 앓았다. 한 번은 밤에 남자 친구와 심하게 싸움을 해서 경찰이 왔다. 


우울증은 노력한다고 이겨낼 수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 연은 끊는 것은 도움이 된다.




동네에 가장 가까운 정신과에 상담 신청을 했다.

스트레스와 자율신경계 검사를 했다. 조용한 방에 5분 동안 앉아있으면 손목 발목 손가락의 신호가 기계로 전달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어있긴 한데 나름대로 발란스가 맞네요. 수치가 줄어들면 좋겠는데 일단 약 먹고 지켜볼게요."

몇 달간 약 복용과 상담을 했지만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예민하게 태어났네요~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수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예민하게 태어난 사람도 있는 거니까. 아임 쏘 스페셜 앤드 고져스 앤드 델리케이트. 


"요새 어떤 게 고민인가요?" 털보 원장님이 물었다. 그는 사주를 좋아한다.

"위생사들이 나를 무능력하게 보는 것 같아요." 아마 그 위생사분들은 나랑 궁합이 안 맞을 거다.

"행동이 그렇던가요 아니면 말로 무시하던가요?"

"그냥.. 그런 것 같아요"

"그건 그냥 본인 생각이잖어?"




20대 후반이란

1. 여의사에겐 첫 직장

2. 위생사에겐 실장급으로 올라가는 10년 짬이 차는 시기.

같은 나이라면 실력도 경험도 위생사 쪽이 월등하다. 하지만 의사는 원장님이고 위생사는 선생님이다. 주니어 의사라도 시니어 위생사보다 월급이 높다. 어쩌면 불공평하고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쨌든 오더는 의사가 내리니까. 


진료시간이 길어지면 어시스트 위생사 선생님이 한숨을 쉰다. 짝다리도 짚고. 슬슬 눈치가 보인다.

미안해요 내가 더 잘했더라면 쌤들이 안 힘들었을 텐데-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그녀와 나는 동갑인데 나는 의자에 앉아서 근무하고 그녀는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한다.




털보 아저씨. 아저씨도 맨날 앉아서 수다 떠는 게 직업이잖아.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그거 원래 저년차때는 눈치 보고 실수하고 그러는 거야. 걔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 해도 넌 니 할 일만 하고 천천히 제대로만 하면 된다. 문제없다."


문제 많습니다. 

신경이 쓰인다니까요.


"다음 고민!"


그렇게 가볍게 넘기지 마.

작가의 이전글 의사, 휴직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