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간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짧은 글이 아니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여러 번 되새겨 읽어야 합니다.
140자의 트위터 최고. 트럼프 아저씨도 트위터를 합니다.
일식이 먹고 싶어 온기정에 갔습니다. 요새 몸이 으슬으슬해서 스끼야끼우동을 먹을까 아니면 이 집의 시그니쳐를 먹을까 고민하다 베스트 메뉴라는 텐동을 시켰습니다. 다수결은 웬만하면 옳으니까요. 웬만하면.
바쁜 저녁시간에 혼자 뻘쭘하게 앉아 종이컵에 레몬이 얹힌 물을 홀짝였습니다. 난 친구가 없는 게 아냐- 그냥 고독을 즐기는 이 시대의 커리어우먼일 뿐이야- 하며 버버리 헤리티지 코트를 괜히 버버리 무늬가 좀 더 잘 보이게 펼쳐놨습니다. 이거 사실 제 사이즈보다 작게 사서 단추가 안 잠깁니다. 작은 사이즈를 사면 살을 뺄 거라 생각했거든요. 살 빼는 것보다 어깨 부분을 찢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쭈구리처럼 혼자 조용히 먹고 있으니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립니다. 하필이면 좌우로 다 커플이네요. 그중에 제 어깨가 가장 넓습니다. 뭘 해도 짱을 먹어야죠.
"MBTI 해봤어요? 뭐 나왔어요?"
"I... 잘 모르겠네요."
"저는 ISFP에요."
여성분은 ISFP, 남성분은 조용히 먹는 걸 좋아하는 편.
MBTI 그거 다 가짜 아닌가 생각하며 새우튀김을 씹었습니다. 뇸뇸. 그거다 구라인뎅 가짠뎅.
여성분이 킵 토킹 하십니다. MBTI가 어쨌느니 성격이 맞다느니 뭐라느니.
"의사 중에 가장 많은 MBTI가 INTJ래요."
"하하 그래요."
"다들 MBTI 따라 직업 정하나 봐요."
"음 그래요?"
그는 소고기덮밥을 먹느라 바쁩니다. 가자미눈을 뜨고 슬쩍 흘겨보니 2인 세트를 시켰습니다. 개인 밥그릇이 없단말은 먼저 먹는 자가 임자라는 겁니다. 그는 MBTI 보다 소고기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상대방이 떠드는 시간에 내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어야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MBTI 따라 직업 정하는 놈이 어딨습니까? 사주팔자 따라 가는 거지.
"INTJ에는 일론 머스크랑 마크 저커버그가 있네요."
"음 그렇구나"
소개팅 나오신 거 맞죠? 일단 사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신세 진 게 있어서 갚으러 나오신 건가요?
하긴, MBTI같이 허공에 뜬 이야기 들어주긴 힘들겠죠.
"INTJ에는 또라이들이 많네요?"
"에이 그게 왜 또라이에요. 개발하기 좋아하고 혁신적인 사람들이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잖아요."
용의주도한 전략가 INTJ인 나로서는 절대로 또라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INTJ로 추정되는 소고기남의 말처럼 INTJ는 또라이가 아니라 규칙과 법규를 싫어할 뿐입니다. 우리는 궁합이 맞지 않는 걸 보니 여성분은 ISFJ가 틀림없습니다.